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우리·신한은행 등이 중소기업 구조조정 신용평가 과정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하나은행은 다소 여유있는 분위기다.
지난 2007년말 이후 심화됐던 은행권의 ‘제살깎기식’ 중소기업 대출경쟁이 여타 은행들에게 치명적인 후유증으로 부각되고 있는 반면, 당시의 영업부진이 오히려 하나은행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로 기업구조조정 평가 대상 건설·조선사 111개사 중 하나은행이 주채권 은행인 곳은 단 한곳도 없으며, 지난 2007년 이후 2년동안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7.8%로 은행권 평균 22.0%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최근 열린 ‘출발 2009 행사’에서 “하나은행은 건설·조선업종에 대한 여신 규모가 경쟁 은행 대비 1/3에서 1/5 수준에 지나지 않는 등 향후 위기관리 경쟁에서 확실히 우위에 설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평가도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HMC투자증권의 구경회 연구위원은 “하나은행의 경우 2006년 중소기업대출 확대 실패 이후 2년동안 안정적인 자산관리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고위험대출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만큼 올해 대손비용율도 다른 은행과 비교해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해동안 하나은행을 괴롭혔던 KIKO(키코) 악몽도 점차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태산LCD 관련 통화옵션상품 손실로 지난해 3분기 쌓아뒀던 대규모 충당금도 향후 환율안정 기대감으로 올 하반기부터 환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오는 2010년까지 태산LCD의 채무를 출자전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출자전환에 성공할 경우 하나은행은 2011년 말로 예정된 계약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효과를 얻게 되며, 투자차익에 따른 손실회복도 어느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환율안정에 따른 충당금 환입이 기대된다”며 “만약 지속된 환율불안으로 추가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분할납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2%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10.66%에 불과했던 BIS비율은 지난해말 두차례에 걸쳐 총 7800억원 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13% 수준으로 대폭 개선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 역시 국민·신한은행과 함께 정부의 자본확충펀드를 당장 요청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하나은행은 이같은 우호적인 분위기를 발판 삼아 여타 은행들이 몸을 사리는 올해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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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호 기자 ihk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