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채권단을 중심으로 연초부터 불게 될 ‘기업 구조조정 옥석가리기’의 본격화는 향후 증시 국내 변수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당장 내주부터 해당업종을 중심으로 위험평가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연말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최근의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반등)도 이달중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조조정 해당업종을 중심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및 퇴출 대상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증시는 또 한 번의 출렁임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곪은 상처의 빠른 치유는 불확실성 해소의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신속한 구조조정은 경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또한 부실에 따른 손실에도 불구하고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긍정적이며, 구조조정에서 이겨 살아남은 기업들은 수익도 증대되기 때문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IT버블, 카드채 사태 당시에도 각각 증권, 은행, 건설, IT주들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는 점도 이를 방증해 준다.
다만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 돌입 직전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장기 침체의 나락으로 빠졌던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편 새해 첫날 증시는 상큼하게 출발했다. 지난 1일 휴장 속에서 미국·유럽 등 해외증시가 상승세로 2008년을 마감했다는 안도감이 반영됐다.
2일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종가 대비 32.93포인트(2.92%) 오른 1157.40으로 마감됐다. 코스닥지수도 7.71포인트(2.32%) 상승한 339.76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새해 첫 거래일 크게 오르면서 첫 장을 알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보다 61.50원 급등한 1321.00원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 급등은 지난해 연말 당국의 환율 종가관리를 위해 지나치게 시장개입에 나선 데 따른 부작용으로 촉발된 것으로 평가된다.
적극적인 개입이후 연초 개입 속도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심리가 시장에 만연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급등세와 외국인의 순매수도 외환시장의 급등세를 막지 못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이날 은행주의 약세는 향후 장의 열쇠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대해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이후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자본확충 부담과 외화유동성 부문의 압박이 예상되는 점도 은행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물분야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착수도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에 일조했다. 앞으로 구조조정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부실기업과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손실이 불가피해 실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나대투증권 박지현 선임연구원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권의 손실부담이 불확실성으로 남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은행주의 장기적인 전망을 보면 현재의 악재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키코 계약잔액이 빠르게 줄면서 자본확충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돌발적인 악재만 추가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이날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시무식에서 “구조조정의 신속한 진행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동시에 금융회사의 자금 공급 여력을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곧 실물 부문으로의 자금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채권금융기관의 자율적 주도 속에서 분명한 옥석 가리기를 통한 회생 가능기업과 부실기업의 분류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사인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 자동차업계 ‘빅3’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국내 실물분야에 미칠 영향도 점점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반도체업계 등의 추가부실 우려도 큰 상황.
이에 따라 미국 등 대외변수 및 환율 추이, 재상승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등을 예의주시하며 변동성이 커질 금융 부문 보다는, 경기방어적인 포트폴리오로 연초 시장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는 아직 바닥권을 향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의 사실 제로금리 선언 등에 따른 신용경색 문제가 풀릴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금융위기의 잔재도 곳곳에 복병으로 숨어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금융기관들이 위기 회피 차원에서 부채축소 및 자본확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세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는 상반기의 불안함이 점점 걷히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방대하게 풀려있는 유동성의 유입이 이뤄진다면 보다 공격적인 투자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 증권?은행?건설 등의 비중을 보다 확대하고, 하반기에는 글로벌 구조조정 수혜와 경기회복세의 수혜를 받을 정보기술(IT), 자동차 관련주에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예년과 달리 새해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4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초 이후 차익거래 매수 물량이 청산되면서 주식시장이 힘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