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소수 임원들이 동석한 대규모 오찬간담회는 많아야 반기에 한 번 있던 일이다. 또한 아예 강도 높은 술자리를 겨냥한 만찬 기자간담회 역시 큰 은행들이면 한 해 한 번 정도 마련하는 일도 흔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술자리 성격을 탈피하는 대신 진지하게 브리핑을 한 후 질의 응답을 주고받거나 아예 자유롭게 질의 응답하는 간담회가 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라고 식사보다 비중이 컸던 반주(飯酒)는 풀 코스 요리 가운데 단품요리를 빛내기 위한 장식(데코레이션)에 불과한 실정이다. 건강에 신경쓰는 세태가 은행권과 이를 취재무대로 삼은 기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반주를 선호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꼭 오찬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드물지만 이른 시간 조찬간담회를 2년 이상 진행해온 곳도 있고 만찬이지만 지식과 식견을 넓히고 즐기는 자리로 기획된 것도 있다.
이른바 무반주를 지향하는 진지한 커뮤니티로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간담회의 효시는 단연코 우리은행의 조찬세미나를 꼽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2004년 11월부터 달마다 셋째주 수요일을 기준으로 당기거나 미루면서 한 해 열 두 번의 장정을 지켜왔다. 그렇다보니 수신과 여신은 물론 심사 외환 IB PB 상품개발 퇴직연금 금융산업트렌드 등 숱한 주제가 연단에 올랐고 은행권에서 내로라는 현장전문가인 부서장 또는 팀장 등이 기자들의 선잠을 깨웠다.
아침 8시에 시작하는데도 항상 10여명을 끌어모으고 많으면 20여명까지 몰리기도 하는 특이한 이벤트인 셈.
다음으론 국민은행 두수회가 오래된 편이다.
지난 2005년 하반기부터 달마다 두 번째 수요일에 기자실을 자주 찾는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한다는 소박한 자리였는데 지난해 3월부터는 외환은행 인수가 본격화하면서 공개 브리핑 필요성이 생기자 판을 키우고 공식화 한 자리다.
주로 김기홍닫기

다음으로는 산업은행이 이른바 삼목회와 오는 26일 처음 마련될 일명 ‘금융까페’로 다양화한 게 특징이다.
달마다 세 번째 목요일 만남을 뜻하는 ‘삼목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문을 열어 지난 2월 빼고는 꾸준히 열렸다.
주로 김종배 부총재가 주재하지만 올 연초에는 김창록 총재가 함께 했다. 특별한 주제 브리핑이라기 보다는 관심사항에 대한 질의응답이 자유롭게 오간다.
이와 달리 ‘산은 금융까페’는 간단한 저녁식사와 더불어 주요 업무 설명회와 함께 기발한 아이템으로 함께 즐기기도 하는 부담 없는 자리.
업무설명은 책임자급으로 현업에 정통한 사람이 강사로 나선다. 산업은행의 특장점과 금융업무의 식견을 넓힐 수 있도록 달마다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다 최근엔 기업은행도 대열에 합류했다. 첫째주 목요일을 기준으로 이경준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이 주재하는 ‘I-day 미팅’은 지난 5일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 수석부행장과 몇몇 본부장이 번갈아 나와서 담당분야와 관련한 설명과 의견 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격월간 오찬 정례화고 가세했다. 지난 2월 22일 첫간담회에 이어 4월엔 24일에 연다. 6개본부별로 한 달 건너뛰고 또 한번 진행하는 식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