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서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프라이빗뱅킹 영역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에는 소수 과점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현재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한 은행을 제외하고는 어느 은행이 Big 3안에 들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의 PB개념은 사실상 우수고객 관리차원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모든 은행이 PB사업에 진출, PB와 센터를 늘리고 있지만 그 수준은 VIP영업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 10억 이상을 부자로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추정인구는 약 15만 명 선. 특히 고객이 한 금융사를 이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입장에서도 이들의 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출혈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소위 ‘show of wallet’을 위한 고급 상담실 제공, 우대 금리 혜택 등 VIP수준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대부분 은행의 PB서비스 수준은 스위스 등 선진국의 파트너십 PB나 재정집사 등 개념과는 멀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가 지적한 부분은 고객 비밀유지 분야. “PB는 자기 고객이 누구고 얼마의 재산을 갖고 있는지를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밝히면 안된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고객이 누구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고 꼬집는다. 즉 PB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은행이나 PB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편, 전반적인 PB수준은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선발제도 개선에서부터 각종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식과 실력을 갖춘 PB가 많아졌다는 것. “상위 20%에 드는 우수 PB의 경우 메릴린치나 씨티뱅크 등 세계최고 수준의 PB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PB 상호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 그는 “상품만 해도 과거 생각할 수도 없었던 다양한 종류들이 쏟아지고 시장분석 또한 국내뿐만 아닌 해외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개인의 역량과 노력 차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은행대전의 핵심인 PB분야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준을 상향평준화하는 가운데 그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라며 “은행입장에서도 자기계발의 동기를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성과에 따른 보상과 갈등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숙제. 그는 “성과평가제도가 정착되긴 했지만 능력에 따른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신규고객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PB사업부와 개인영업부간 고객이관 등 갈등도 풀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그는 “PB센터와 지점의 실적에 대한 더블카운팅 시스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그는 “국내 금융 산업은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시기에 와 있다”고 전했다. 즉 10년 전만 해도 당기순익이 500억원을 넘기 힘들었던 반면, 현재는 1~2조원이보통. 따라서 시장 확대를 위한 해외진출 모색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라고 밝힌다.
그는 “산업부분의 경우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며 “이들이 어떤 마인드와 방법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했는지 금융권은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 산업은 이제 국민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며 “금융 산업이 지식집약산업이라는데 착안 이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전문가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남현 기자 n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