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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장기 불황’ 건설업, 대선 공약에서도 ‘찬밥’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6-02 00:00

97년 외환위기 버금가는 위기설
신동아건설 등 건설사 연쇄 부도

[데스크 칼럼] ‘장기 불황’ 건설업, 대선 공약에서도 ‘찬밥’
[한국금융신문 권혁기 기자] 요즘 건설업계 상황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생각난다. 그해 11월 22일, 당시 고(故) 김영삼 전(前) 대통령은 시급한 외환 확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 지원체제를 활용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IMF 한파’가 등장하는데, 주인공 양금명(아이유)은 대기업에 입사한 기쁨도 잠시, IMF를 겪으면서 실직을 하게 된다. 명확하게 어떤 회사라고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금명이가 퇴사 후 챙긴 짐을 보면 ‘대우전자’ 책상 달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회사에 다녔던 것으로 추론된다.

1967년 대우실업으로 시작한 고 김우중 대우 초대 회장은 중동 붐으로 잭팟을 터트리고, 5공화국 당시 정부가 부실 기업 정리 정책을 펼치자 문어발식으로 경영을 확장했다.

외환 위기 직후에는 친(親)정부 기업으로 선두에 서는 듯 했지만 이듬해 구조조정을 통한 계열사 정리, 1년 뒤에는 86조원 가량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대우그룹은 도산하게 된다.

대우그룹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부도도 이어졌는데 한신공영, 청구그룹, 극동건설 등 많은 건설사들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건설사들의 부도는 하청업체 연쇄 부도로 이어졌다.

당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평균 20~30% 가량 하락했고, 분양 받은 아파트를 취소하거나 팔지 못하면서 미분양이 증가했다. 금리가 30% 이상 폭등하면서 대출금리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요즘 건설업계는 외환위기 때처럼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안강건설, 삼정기업·삼정이앤씨, 대우조선해양건설, 신태양건설, 남흥건설, 익수종합건설, 벽산엔지니어링, 이화공영, 대흥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4월 초까지 종합건설업체 170곳 이상이 폐업을 신고했고, 하도급 업체까지 더하면 1000곳이 넘는 곳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건설업계는 건설수주, 착공, 기성 등 실물 지표가 모두 하락하면서 장기간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치솟으면서 분양 부진과 미분양 증가, 현금 유입 감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

공사대금 회수 지연과 미회수 채권이 누적되면서 미수금이 증가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수익성 악화와 책임준공 채무 부담으로 부실이 일어났다. 금리 인상은 이자비용 급증과 부채비율 상승을 야기했다. 이는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대선을 앞둔 지금, 각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건설업은 ‘찬밥’ 신세다.

앞서 대한주택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은 정책 간담회를 통해 업계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다주택자 세제 중과 폐지 ▲지방 미분양 주택 세제 지원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이상 대한주택협회) ▲미분양 주택 취득시 양도세 한시 감면 및 취득세 중과 배제 ▲대출 규제 완화 및 금리 인하 ▲1가구 2주택 규제 완화(이상 대한주택건설협회)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세제 감면 ▲분양가 상한제 전면 폐지 ▲1가구 2주택 세제 완화(이상 대한건설협회) 등이다.

그러나 주요 대선 후보들은 ‘주택 공급 확대’ 외에는 이렇다 할 정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동산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주택 건설과 민간 건설사 공급 주택을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나마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민간 건설 부문을 강조하며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고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제시했다. 또 비수도권 지역 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지방자치단체에 자율 개발 권한을 확대하겠다며, 주거 시장 자율화 및 지자체 자율 공급 필요를 피력했다.

건설업계는 대선 이후에도 힘든 시기를 보낼 전망이다. 7월부터 건설업계가 완화를 건의한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 3단계란 ‘스트레스 금리’라는 가산금리를 더해 미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한 제도로, 대출 심사 시 금리 인상 위험을 100%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대출 규제다. 3단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 거의 모든 대출에 적용되면서 1금융권뿐 아니라 저축은행이나 캐피탈과 같은 2금융권까지 확대된다.

동일한 소득이라도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고, 대출 심사가 더욱 엄격해져 창구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실수요자 구매 여력 약화로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등록된 건설기술인은 10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건설기술인 중 50대 이상 비중이 62만여명으로 59.9%를 기록했다. 특히 60대 이상(27만7000여명)이 40대(25만8000여명)를 초과하는 등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다. 젊은 층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업황이 좋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어떤 대통령이 선출되든 직접적인 건설사들에 대한 지원, 부동산 경기 상승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절실한 요즘이다.

권혁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khk02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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