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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 빠진 수영장에 뛰어들라는 벤처 정책

김하랑 기자

r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6-09 05:00

▲ 김하랑 기자

▲ 김하랑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하랑 기자] 회수(Exit)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투자만 늘리라는 주문이 반복된다. 벤처생태계는 말라가는데, 구호는 더 힘차다.

최근 제21대 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벤처공화국'을 강조하며, 정책형 펀드 확대와 스타트업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방향은 맞다. 하지만 생태계는 단지 예산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정책의 깊이와 순환의 구조가 빠져 있다.

두 후보의 공약 덕분에 벤처투자는 희망을 갖고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최근 VC업계는 '버티기' 중이다. IPO는 얼어붙었고, M&A도 활력을 잃었다. 실질적인 회수는 막혔다. 이 상황에서 투자만 늘리겠다는 건 구조를 무시한 조치다.

VC는 매년 수천억원을 굴리지만, 재투자를 못한다. 회수가 막혀 자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 없이 버티고, VC는 성과보수 없이 적자를 감당한다. '선순환'이 멈춘 셈이다.

기회는 늘어나는데 책임은 공유되지 않는다. 출자사업에서 정부는 수익률, 실적, GP커밋을 요구하지만, 회수 환경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회수 리스크는 VC와 스타트업 몫으로 떠넘기고, 정부는 ‘출자율’ 수치만 챙긴다. 구조적 불균형이 지속되면, 선뜻 모험을 감수하려는 플레이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세컨더리 투자자는 여전히 제도 밖에 있다. 회수시장 다양화를 위한 M&A·세컨더리 펀드는 선언에 그쳤고, 사모주식시장(PE)과의 연계도 부실하다. 회수전략이 실현 가능한 구조가 되어야, 비로소 투자 전략도 다양해질 수 있다.

정부는 모태펀드 예산을 키우며 '벤처 활성화'라는 구호를 반복한다. 하지만 정작 펀드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정량 점수제는 대형 VC에 유리하다. 실적 중심 배점은 신생 VC를 밀어낸다. 초기 중심 VC는 시리즈B부터 손을 떼야 한다. 키우는 VC와 수확하는 VC가 나뉘고 있다.

GP커밋(운용사 출자비율)도 허들이다. 시장에서는 5~10%가 일반화됐다. 자본금이 부족한 VC는 따라갈 수 없다. 신탁형 펀드는 제도는 있지만 실제 인가는 나오지 않는다. 정부는 '신뢰 문제'를 말하지만, 대안은 없다.

상장 시장도 회수 통로가 되지 못한다. 기술특례 제도는 점점 더 보수화됐다. 실적과 회계기준이 앞세워진다. VC는 상장을 포기하고 M&A나 세컨더리로 회수 전략을 바꾼다. 정부가 VC를 '투자 파트너'가 아니라 '자금 집행기관'처럼 다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벤처 생태계를 키우려면, 회수 시장부터 살려야 한다. M&A 펀드, 세컨더리펀드 등 정책 출자를 확장해야 한다. 기술특례 상장 요건도 산업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물 빠진 수영장에 벤처를 밀어넣을 게 아니라, 물부터 채워야 한다. 지금 벤처는 출구가 없다. 그걸 여는 열쇠는 차기 정부가 쥐고 있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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