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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 논쟁 : 싼 게 비지떡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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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6-18 20:12

이재웅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교수

싼 등록금, 대량생산위주 교육 제도가 부실 촉진

민·관 교육재원 확충으로 교육의 질 높여야

해마다 봄 학기가 되면 총학생회는 대학당국과 소위 등록금조절위원회를 구성하고 등록금 인상저지 협상을 벌이는 것이 우리 대학의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듯 등록금을 깎는 것이 대학생들에게는 정당한 권리가 되었고 대학도 고객만족을 위한 책무의 하나로서 이런 흥정에 성의껏 응해야 한다.

실제로 요즈음 같이 대학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학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이 같은 투자는 불가피하게 학생들의 부담이 된다. 등록금 조달이 어려운 여건에서 대학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설득하려는 대학과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 간에 협상은 해마다 계속된다. 등록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학생들이 대학본부나 총장실을 점거 농성하고 학교 행정을 마비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등록금 협상이 엉뚱한 정치, 사회적 문제나 이데오르기 대결로 번지기도 한다.

등록금 논쟁과 관련해서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우선 대학운영 특히 예산집행 등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사학법 개정논의가 일부 사학의 비리를 다스리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했듯이 등록금 협상도 대학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 요구에 부응해서 근래에 상당수의 대학들은 외부감사를 실시하고 대학의 재정상태를 공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분히 좌파적 이데오르기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대학교육은 국가 경쟁력 향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의 등록금 보다 국가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 등 사회주의 성향의 국가들은 대부분 대학교육을 광범위한 다수 국민에게 확대 보급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좌파 성향이 아니더라도 미국 등 선진국들은 대학교육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가 엄청난 재정지원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기부금, 재단 전입금 등 여타 민간재원 조달여건도 열악하다. 정부가 사학의 열악한 재원조달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우리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대학 등록금 책정에 따른 진통은 특히 사립대학에서 더욱 심각하다. 대학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해마다 인상된 등록금안을 내놓으면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반대 투쟁을 벌인다. 민주노동당도 그들답게 등록금 동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서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이 대학예산을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듣기 좋은 이야기이지만 그 결과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과거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교육은 대부분 국내에서 제한된 엘리트 학생을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또한 대학교육은 정부의 재정지원에 크게 의존했던 만큼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얼마나 많은 학생을 어떻게 선발해야하는지 등 많은 부분을 정부가 규제해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학의 엘리트 교육은 점차 사라지고 보다 많은 국민에게 대학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에 따르면 누구나 교육을 받을 평등한 권리가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는 소위 “3불 정책”을 금과옥조로 삼는다. 대학의 본고사를 불허하며, 고교등급제도 안 된다. 그리고 기여입학제는 절대 불가이다. 대학간의 등록금 차이도 별로 없다. 우수한 학생을 뽑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 경쟁하지 말라는 것이 3불 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적으로 대학은 급속히 국제화되고 있으며, 해외유학생도 크게 늘고 있다. 대학의 규모도 크게 확대되었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의 대학들이 우수 학생과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런 변화는 재정적으로, 교육적으로 대학의 독립성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정부의 역할축소가 불가피하다. 대학교육의 국제화와 경쟁 확대는 대학교육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대학은 정부의 규제와 정치적 목적에 집착해서는 낙후될 수밖에 없다.

일부 국가에서는 좌파적 이데오르기 및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정부의 대학 규제를 강화하며, 대학교육의 수월성 보다는 저질의 대량생산형 대학교육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인 독일, 영국 등에서는 이미 대학교육의 수월성은 사라지고 우수하고 부유한 학생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향이 있다. 값싼 대학으로 구조를 개조하고 싸구려 대학생을 대량생산해내는 것을 대학교육의 목표로 삼아왔다.

영국의 경우 대학등록금을 모든 대학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저렴한 수준에 묶어서 다수의 서민들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대학생선발 규정도 가난한 집안에서 더 많은 학생을 뽑도록 여러 가지 규제를 두어왔다. 이것이 노동당 정권이 자랑하는 교육개혁의 업적이다. 엘리트 중심의 경쟁과 능률보다 형평을 앞세워온 정치적 반달리즘(파괴행위)이 결국 유럽 대학들을 몰락시켰다.

선진국 뿐 아니라 좌파성향의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대학생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베네주엘라의 좌파 대통령 차베스가 집권 후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구호아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은 그들의 전유물이며 쿠바에서도 이 같은 개혁이 추진되었다. 이들 국가에서는 대부분 저렴한 등록금을 책정하고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만큼 대학교육은 국유화되고 사립교육은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렴한 등록금으로 대학생을 대량생산하는 교육제도는 대부분 부실한 교육이 된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원과 지나친 규제 개입으로 대학교육의 수월성은 파괴되고 정치 목적의 이념 교육으로 편향될 우려도 없지 않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싸구려 대학, 싸구려 교육은 사구려 인재, 생산성이 낮은 인력을 생산한다.

전통적으로 훌륭하던 유럽대학들이 오늘날 미국대학들에 뒤떨어지는 원인이 무엇인가? 유럽 여러 나라 및 중남미국가에 유난히 청년 실업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 대학발전을 위해서 열악한 재정상태를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민간의 교육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정부의 재정투자도 확충하는 등 교육재원을 다양화해야 한다. 대학의 재원조달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느냐는 문제는 대학발전 뿐 아니라 국가와 대학, 정치와 교육의 관계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학생, 사회, 정부 중에 학생 부담에 크게 의존해온 우리 대학의 재원조달 구조를 개선하고 독지가, 기업인, 사회단체 등이 스스로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등록금 논쟁의 해결방안이라고 하겠다.

대학의 자율적 운영과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양질의 대학교육을 통한 개인의 인적자본 형성을 위해서 적정한 등록금을 책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재단 전입금, 기부자, 정부지원 등이 균형 있는 재원구성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에 공자가 없다. 싼 게 비지떡이다. 등록금을 깎는 것은 대학의 질을 깎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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