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수준이 경제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준은 아니며 유가상승의 영향은 과거 오일쇼크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현재 유가에는 거품이 끼어 있으며 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더라도 이를 대응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쇼크`를 불러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계속 오른다"..70불 유가시대 눈앞
12일 국제유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6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원유 9월물은 뉴욕 시간외 거래에서 0.4% 오른 66.05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유가는 1.4%, 90센트 상승한 배럴당 65.80달러에 마감,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는 1년전에 비해 40%이상 올랐고 지난 18개월동안 40달러, 50달러, 60달러 벽을 차례로 돌파해왔다. 특히 최근 중동의 정정불안과 정유업체의 공급차질 우려 등으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 3주간 무려 14%가 올랐다.
유가가 65달러선을 넘어서면서 시장에서는 70달러 유가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캐서린 스펙터는 "유가가 배럴당 65 달러대에서 유지된다면 배럴당 70달러도 힘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원유 트레이더들이 심리적 저항선이 70달러, 다음은 75달러선으로 높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시장분위기를 전했다.
◇구조적 문제..경제파장 촉각
전문가들은 70~80년대 오일쇼크 당시와 현재 상황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오일쇼크가 산유국의 공급중단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지만 현재의 고유가는 지속적인 원유수요 증가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것.
현재 산유국들의 생산여력은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며, 따라서 원유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이란 핵문제 악화와 사우디아라비아 테러 위협 등 중동정세 불안, 미국내 정유능력에 대한 불안감 등이 유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고유가의 경제적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앤소니 챈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이며 내년에도 성장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고유가가 리세션이나 큰 폭의 경기침체 리스크를 증대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가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될 경우 통화당국은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금리인상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은 0.5% 둔화된다.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인플레이션이나 리세션, 혹은 이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쇼크는 없다"..고공비행에도 낙관론 득세
하지만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유가가 미국 경제를 후퇴시킬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유가의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지수들이 하루만에 동반 급반등했다. 다우지수는 0.86%, 나스닥지수는 0.78%, S&P500 지수는 0.71%씩 상승했다. 아시아 증시도 최근 동반 상승세를 타면서 일본, 중국 등의 증시가 종전 기록을 잇따라 경신했다.
2분기 미국 경제는 3.4% 성장했고 하반기에는 성장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벤 버난키 위원장은 유가가 미국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잘 굴러가고 있다"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물가인상분을 감안할 경우 오일쇼크가 발생한 지난 70년대후반~80년대초의 유가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80년 4월 국제유가는 현재 가격으로 환산할 때 배럴당 90달러를 웃돌았다.
개인들의 평균 소득도 과거보다 나아져 유가상승에 대응할 여력은 갖추고 있다는 점도 충격을 줄이는 요인이다. 1980년대 미국 개인 평균소득은 2003년 기준으로 환산시 1만6800달러였고, 2003년 개인 평균소득은 2만2700달러로 높아졌다.
산업계도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온데다,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유가부담을 전가하기를 꺼리는 추세라는 점도 유가파장을 완화시키고 있다. 유가상승이 중국과 미국 등 에너지 소비국의 경기호전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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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