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지난해 첫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면에서 지방은행인 제주은행을 넘어섰다. 제주은행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은행은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은행 최초로 ERP뱅킹 사업을 본격화하며 ‘SOHO(중소·소상공인) 특화은행’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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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는 ▲순이자이익 1515억원 ▲순수수료이익 111억원 ▲기타영업손실 458억원 ▲판매비와 관리비 1054억원 등으로 영업이익 114억원, 영업외이익 4억원, 법인세차감전 순이익 118억원, 법인세비용 14억원을 반영해 당기순이익 104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는 전년 175억원 적자에서 457억원 순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총자산도 29조72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0% 증가했으며 고객수도 1178만명으로 전년 대비 32.64% 늘어났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 206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441억원 순이익을 냈다.
다만 비이자손익은 아직 적자를 기록해 사업 다각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지난해 토스뱅크의 이자부문 손익은 7641억원으로, 전년(5547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지만 비이자부문인 수수료손익은 –557억원으로 전년(-508억원)보다 손실폭이 확대됐다.
수수료수익 자체는 1203억원으로, 전년(656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지만 외환 환전부터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혁신금융 플랫폼 전략에 따라 비용 또한 동반 상승한 결과다.
이에 토스뱅크는 업무 자동화·효율화를 통한 운영비용 절감과 더불어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점이었던 대출 포트폴리오 균형에도 힘을 실을 방침이다. 토스뱅크는 현재 주담대 상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으며 이는 가계대출의 핵심 수익원인 주담대 부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담대는 아파트를 포함한 우량 부동산을 담보로 하며 대출금액도 큰 만큼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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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제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대출금(잔액기준)은 원화대출금 5조8414억원, 신탁대출금 15억원, 지급보증 183억원, 기타 668억원 등 총 5조9299억원에 달한다. 대출 구성은 가계대출금 1조6725억원, 기업대출금 3조7867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제주은행은 제주 지역 내 주담대, 중소기업대출 등을 통해 지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건전성 지표에서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제주은행 1.32%, 토스뱅크 0.94%로 토스뱅크가 더 양호했다.
반면 연체율은 제주은행 1.18%, 토스뱅크 1.19%로 제주은행이 소폭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제주은행의 경우 BIS비율도 전년 대비 0.12%p 증가한 17.63%로 개선돼 지방은행 중 가장 우수한 수치를 보였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향후 경기변동에 대비해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연체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건전성 관리 및 잠재부실채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로서 그룹 차원의 자본 안정성과 리스크관리 체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큰 강점으로 꼽힌다.
제주은행 측은 “신한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강점을 지역금융과 결합시켜 제주지역 고객에게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제주지역 경제 성장·발전에 공헌한다는 사명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ERP뱅킹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4월 임시 이사회에서는 국내 ERP 1위 기업 더존비즈온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번 유상증자는 제주은행의 ERP뱅킹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로, 제주은행이 발행한 신주 560만주를 더존비즈온이 전량(14.99%) 매입해 양사가 공동으로 ERP뱅킹 신규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ERP뱅킹은 기업의 자원통합관리 프로그램인 ERP 시스템에 금융을 접목하는 임베디드 금융으로, 금융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의 동의를 거쳐 실시간 자금흐름과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금융 제안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비대면 채널을 통해 별도의 서류 준비 없이도 빠르게 기업금융 거래가 이뤄진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약 300만 ERP 회원사와 막대한 기업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소상공인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지방은행의 새로운 혁신모델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고석헌 신한금융그룹 전략부문장(CSO)은 최근 신한금융지주 컨퍼런스콜 “더존비즈온과 추구하는 사업 모델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하게 갖고 있는 만큼 제주은행이란 지방은행을 살리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과 맞물려 방향성을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임베디드 뱅킹으로, 일종의 그룹 차원에서의 테스트베드일 수 있다”며 “향후 1조5000억원에서 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의지와 방향성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은행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제주은행의 기존 비즈니스 전략을 전면 탈바꿈하고, 금융 상품 및 서비스 재개발 등 전방위 변화가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제주은행은 ERP뱅킹 사업 추진을 가속화해 2027년에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은행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포부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ERP의 다양한 기업정보를 활용해 자금 공급에서 소외된 지방·중저신용 중소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금융 본연의 역할인 금융 사각지대를 채우는 중소기업 대상 Sub-Bank로 혁신 속 포용금융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성과로 창출된 수익을 지역금융 활성화에 재투자해 지역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선 ‘Digital Drive 2.0’은 디지털 부문의 양적·질적 성장을 통한 외형 확대를 목표로 한다. 고객 확보 및 활성화 전략을 바탕으로 제주 가치 특화 콘텐츠와 디지털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금융 경쟁력 기본 확립’을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전통 금융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조달과 운용의 균형을 맞추고, 선제적인 고객관리 기반의 건전성 관리 체계를 재정립해 핵심 고객군 침투율 제고와 외환사업 확장 등 금융 솔루션 다양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조직 혁신 Deep Change’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문화와 업무방식 혁신을 의미한다. 공정성과 자발성을 높이는 HR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미래지향적인 조직문화 구현 및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 혁신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영업 효율성 및 효과성 극대화를 위해 지역본부 등 영업 구동 체계를 재정비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무사고 경영(SCANDAL ZERO)’ 달성을 통해 신뢰 기반의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운영리스크, ICT·정보보호 측면에서 강력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예방한다는 전략이다.
우한나 한국금융신문 기자 han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