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개선을 위해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하면서 지난 99년 이후 무려 6조5500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가게 되는 한투증권의 매각가격에 대해 논란은 있겠지만, 조기에 국내 기관으로 매각이 이뤄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적자금 부담을 감안하면 한투증권은 향후 동원증권과의 합병으로 국내 초대형 증권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업계 구조조정이나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해야할 새로운 숙제를 떠안은 것이다.
◇동원지주로 매각되기 까지
한투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은 지난 74년 6월 `자본시장 수용태세 확립대책` 발표와 함께 그해 9월 최초의 투자신탁전업회사로 설립됐다. 이어 77년 대한투자신탁, 82년 국민투자신탁(현 푸르덴셜투자증권)이 설립돼 `재경 3투신`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정부의 89년 12·12 무제한 주식매입 조치, 98년 신세기투신 신탁재산 인수 조치와 99년 대우채 손실 등으로 한투증권의 경영이 급속히 악화됐고 이후 공적자금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000년 6월 운용사를 분리하고 투신사에서 종합증권사로 전환하면서 부실자산 상각, 차입금 축소 등 꾸준한 자구노력을 통해 매각의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마침내 완전 민영화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 2003년 11월 정부는 한국투자증권의 매각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2004년 3월 투자의향서를 발송해 4월12일 접수 마감했다. 의향서 접수마감 후 4월2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국민-JP모건, 하나-골드만삭스, 동원금융지주, 우리금융, PCA(영국계 프루덴셜), 카라일 등 7개 예비 인수후보를 발표했다.
이들 7개 예비 인수후보들은 4월26일부터 6월18일까지 1차와 2차에 걸쳐 예비심사를 진행했으며 7월1일 하나-골드만삭스, AIG-카라일, 동원지주, 우리금융, PCA 등이 최종 인수 제안서를 접수해 14일 우선협상대상자로 동원지주를 결정했다.
동원지주의 한투 본실사는 9월3일 마무리됐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거쳐 합의에 도달하며 올해 2월15일 매각소위에서 동원지주와의 본계약 체결을 결정짓고 이날 전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이를 승인했다.
◇공적자금 얼마나 투입됐나
한투증권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은 처음으로 받은 것은 지난 99년 12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6000억원을 주식으로 지원받았고 이후 2000년 1월에 4000억원을 주식으로, 9000억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또 2000년 6월에는 총 3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현금을 공적자금으로 받게 돼 이 기간중 총 4조9000억원을 지원받았다.
다만 당시에는 공적자금으로 한투증권의 자산 클린화보다는 98년 신세기투신 신탁재산 인수로 예금을 대신 지급하고 99년 대우채 사태와 관련돼 투자자들의 환매자금과 손실을 충당하는데 자금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이날 공자위는 매각되는 한투증권의 부실을 해소하고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산매입과 출자 등으로 총 1조6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키로 결정했다.
결국 한투증권이 동원지주로 매각되기까지 투입된 총 공적자금 규모는 무려 6조5500억원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반면 한투증권 매각가격이 5462억원에 그치고 인수자산 매각대금 5000억원 정도를 감안해도 회수되는 공적자금은 1조원 안팎에 그쳐 순투입되는 공적자금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가격은 적정한가
동원지주가 한투증권 지분 100%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하는 가격은 지난해 10월 제시한 5462억원 그대로 확정됐다. 협상과정에서 논란이 돼 온 사후손실 보전규모는 최대 570억원으로 정해졌다.
그동안 5조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된데다 지속적인 자산 매각으로 부실요인을 상당부분 털어낸 한투증권인 만큼 5000억원대의 매각 가격이나 최대 570억원에 이르는 사후손실보전은 정부나 시장으로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조건으로 보인다.
재무제표 정상화를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공적자금 1조6500억원까지 감안할 경우 매각가격의 절대수준 자체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한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과 앞으로 추가 투입된 공적자금, 한투증권의 네트워크와 영업력 등에서 볼 때 5000억원대의 매각가격은 너무 낮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한투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이 -1194%에 이르는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다 국내 전략적 투자자에 대한 매각이라는 점까지 고려할 때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치부하긴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예보 관계자는 "과거 투입된 공적자금의 경우 대우채 사태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진 일인 만큼 이에 근거해 매각가격의 적정성을 운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조기에 매각해 투신 구조조정을 사실상 마무리하는데 따른 경제적 이득도 생각해야한다"고 반박했다.
◇향후 전망과 영향은
아직 하나은행측과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대투증권과 함께 한투증권은 과거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대우채 손실을 분담하면서 부실화되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한투 매각은 시장의 큰 우려 하나를 덜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3분기 12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영업상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추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재무재표의 취약성도 말끔하게 해소하게 됐다.
이와 함께 과거 은행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요 은행들이 외국계 단기투자자(financial investor)에게 넘어갔던 것과 달리 한투증권은 동원지주라는 국내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라는 짝을 찾아낸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이번 동원과 한투의 짝짓기로 시장점유율 1~2위권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될 것으로 보여 우리증권과 합병하는 LG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게 된다.
이같은 경쟁 촉진은 우리 증권업의 경쟁력 제고를 앞당기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는 자연스러운 증권업 구조조정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데일리 제공>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