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우려한 증권전산 노동조합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성명서를 내고 외압에 의한 강제퇴직에 대해 대응하겠다고 맞섰으며 현 경영진의 안일한 대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거래소와 비슷한 규모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증권전산의 경우 550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어 상당수 인력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력 향상을 위한 통합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 아웃소싱 등은 이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권은 물론 전 산업군이 이에 해당되며 사기업은 물론이며 공공기관도 이런 흐름을 피해갈 수가 없다. 이번 통합거래소 등장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 통합과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향후 구조조정의 진통이 불거질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과거 외환 위기처럼 예상치 못한 급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구조조정이라면 뽀족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통합거래소의 경우처럼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과거의 구조조정과는 접근방법이 달라야 한다. “통합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획일적인 논리 대신 조직 구성원들이 납득하고 감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구조조정 모델로 접근했어야 했다.
구조조정이 일반화되고 가속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조직의 경쟁력을 최대로 유지하면서 조직원이 감내할 수 있는 그리고 동시에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공기업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점차 사기업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문제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할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구조조정이라면 퇴직자 대상 이직 프로그램이 충실히 마련돼야 하고, 인력 재교육을 통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연구돼야 할 것이다.
이를 개별 기업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별기업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 구조조정을 통한 단기적인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개별기업에게 장기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조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희망퇴직이 최근 오히려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희망퇴직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핵심 인력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조직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12~30개월분 위로금을 통한 조용한 구조조정은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조조정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러한 구조조정의 예기치 못한 모습까지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인 통합거래소 구조조정이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발점으로 남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늦지 않았다. 희망퇴직자들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지금이라도 마련해 업계의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