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기존 ABS(자산유동화증권)와 비슷한 구조다. 다만 ABS는 SPC가 증권을 발행하는 반면, ABL은 투자자로부터 직접 차입한다는 것이 차이점.
특히 요즘처럼 건설경기가 얼어붙을 때일수록 ABL이 자금조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 ABL이란
ABL과 ABS는 부동산의 유동화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개념이다. 둘 다 부동산개발시 발생하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
다만 ABL 방식은 SPC(특별목적회사)가 차주가 돼, 대출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일단 대출형식을 이용하면, 자산보유자 입장에서 금융감독원의 감독 및 신용평가등급 관련 문제들에서 벗어난다. 자금조달에 필요한 까다로운 관리감독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유동화에 따른 시간이 절약되고 수수료 관련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실무에 있어 ABL의 매력은 더욱 크다. 자산유동화에 필요한 유가증권 신고 업무량부담을 줄이고, 금감원 공시에 따른 불가피한 사업정보 유출도 막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02년부터 일반기업에서는 자금조달수단으로 ABL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는 “ABL 관련 내용이 외부에 공시되지 않는 탓에 정확한 발행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2002년에 건수기준으로 ABL이 ABS를 초과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상반기 ABS발행이 18.9조원을 기록한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0%나 감소한 11.3조원에 그쳤다. 이는 ABS의 세제혜택이 준 것도 있지만 ABL이 선호되기 시작한 것도 한 이유다.
◆ 부동산금융에 적극 활용될 듯
요즘처럼 부동산경기가 어려울 때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대출한도 축소에 앞장서는 은행을 보면 부동산대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부동산간접투자방식으로 주가를 올리던 부동산펀드들 마저 보수적인 투자전략으로 급선회해 버렸다.
그나마 신용도가 높은 업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꼭 쉽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체 신용도로 자금조달에 나서면 그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검토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그러나 교보증권 프로젝트 금융부의 박민규 대리는 “지금처럼 프로젝트관련 자금조달이 어려울 때일수록 ABL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난 수년간 호황을 누릴 때 수주해 한창 건설중인 사업의 매출채권만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라야 ABL발행에 무리가 없다.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한 해당 시공 현장이 다른 사업에서 유입되는 여유 자금 없이는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사대금 채권만으로는 신용보강에 약할 수 있다고 판단, 추가의 자금보충약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문제점이다.
◆ 금융전문가가 말하는 사례
“부동산시장자체가 침체돼가는 시점에서 브랜드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의 ABL발행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높다”는 것이 금융기관 대출심사자의 토로다.
실제 금융업계에서 사업성만을 놓고 대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신용보강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실제 한 증권사에 대출의뢰가 들어온 A 시공사의 경기도 구리시의 공동주택 개발사업이 이 같은 사례.
당시 심사담당자는 “신용도가 낮고 시공사 브랜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신용보강이 될 만한 사업장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때 그가 찾아낸 방법이 A 시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구미의 한 아파트사업 현장을 ABL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경기가 활황이던 지난 2000년 분양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또 공정률이 50%를 넘어 잔여 공기도 불과 1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부대복리시설을 제외한 총 6개동 골조공사가 얼마 남지 않아 시공위험 또한 크게 절감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시공사의 신용도를 보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중도금 60%에 대해 무이자 대출을 받고 있고, ABL 대출기간중 2번의 중도금이 입금될 예정이므로 미수율도 제로에 가까웠다고 판단했다. 즉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보장된 것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심사담당자는 가능한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찾아낼 수 있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