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수 국민은행 행장추천위원장이 지난 8일 6시30분 은행회관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모두 14차례나 회의를 열어 고심한 끝에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적임자라는데 만장일치의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행추위 회의와 함께 이사회 의결도 즉석에서 끝내고 정동수 행추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도 29일 주총 나머지 안건과 관련된 의결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외국인 최대 단일 주주 ING를 대변하는 맥킨지 부행장과 외국인 사외이사도 함께 한 결정인데다 주요 주주들 의견 수렴을 거쳤기에 주총에서 거부될 가능성도 낮다.
◇ “적임자다” 우세 속 실적 개선 통합시너지 기대 = 일단 현재로서는 강정원 내정자가 국민은행을 리딩뱅크답게 이끌어 주리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씨티은행 시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는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9일 “언뜻 보면 온화해 보이고 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없지만 아시아 리딩뱅크로 발돋움 하려는 국민은행이 갈 길은 잘 제시해 줄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을 선호하면서도 원칙 앞에 흔들림 없이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통화당국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맡았던 은행들이 규모가 적은 곳이었기에 두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사람이기 때문에 은행 덩치에 상관 없이 은행을 이끌 역량을 갖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천을 이끌었던 정동수 행추위원장은 아예 “고사하신 다른 후보를 포함해 강후보가 가장 능력 있고 국민은행의 여러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 나갈 사람이라 평가했다”고 밝혔다.
◇ “함량 미달” 비판도 =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선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고 특히 3개 은행노조는 반대 운동을 펴는데 전격 합의했다.
김정태닫기

국민지부 이낙원 위원장은 “은행 상황을 누구 보다 잘 아는 내부의견을 무시하고 함량미달의 최종 후보자 중에서 졸속 선임했다”고 비판했다.
주택지부 한 관계자는 “행추위가 제시한 2대 행장이 갖춰야할 자질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히 행추위 잣대인 ‘대규모 조직 책임관리 경험’엔 크게 미흡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은행장 시절의 공과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행추위와 다수의 금융계 인사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독자생존을 이끌지 못하고 하나은행에 합병되기 까지 징검다리만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병존한다.
◇ 조직·인사 구조조정 예상 = 어쨌건 내정자 선임이 이뤄진다면 조직·인사 등 폭넓은 구조조정을 예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금융계 한 인사는 “시스템 손질은 노조도 제기해왔던 문제인 만큼 경쟁력 극대화에 적합한 조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며 “지난 3년간 미진했던 점포 및 인력 조정에도 자연스럽게 눈 돌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계는 김행장이 이루지 못한 성과주의 도입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