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산업 ‘집중도 너무 높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시대의 한국금융-금융그룹화의 영향과 과제’라는 단행본을 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돼 그룹화가 진전된데 대한 다각도의 분석을 모은 작업이다. 작업에는 한국은행 전문가들과 외부 대학 교수 등이 참가해 긍정성과 부정적 영향(가능성)을 조명했고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금융기관과 당국, 그리고 한은의 과제를 지적했다.

이에 한국금융신문은 주요 논문 4편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우리나라 은행의 자금조달시장은 ‘다소 집중된 시장’이며 대출시장은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바뀐 것으로 평가됐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대형화가 진행된 결과 위기 전보다 자금조달 시장 집중도는 무려 2.28배 높아졌고 대출시장 집중도는 2.4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상규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4일 이같은 결과에 대해 “가장 최근 이뤄진 신한-조흥 두 은행 합병을 반영한 결과”라며 “대형은행 중심의 재편과정과 효율적 은행산업구조 마련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규 교수는 이날 한은 이종건 물가분석팀장과 함께 낸 ‘금융그룹화와 금융산업 구조’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은행산업 집중도를 미국 법무성의 수평적 합병 가이드라인과 같은 HHI(Herfindhal-Hirschman Index)지수로 계량화했다. 그 결과 자금조달 시장 HHI는 97년 708.0에서 2002년 1420.3으로 약 2배 높아졌고 대출시장 집중도는 760.9에서 1650.1로 약 2.17배 높아졌다.〈표 참조〉

그런데 이는 신한·조흥 합병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합병 사실을 감안한 시장 집중도를 추정하면 자금조달시장과 대출시장이 각각 1616.1과 1830.3로 시장 집중도 증가폭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교수에 따르면 지수 1800이 넘어간 만큼 소수 독점적 지위의 은행이 지배력을 행사하기 쉬운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진입한 셈이라는 것이다.

HHI 지수는 각 사업자간의 점유율 차를 단순하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대형사업자에게 가중치를 더 부여하는 방법이라고 이교수팀은 소개했다.

3대은행의 점유율을 단순하게 따지더라도 연간 평잔기준으로 자금조달 면에서는 97년 30.3%였던 것이 2002년 52.0%로 늘었고 대출 면에선 32.2%에서 56.8%로 늘어났다고 이들은 밝혔다.

아울러 이교수팀은 그간의 구조조정에 대해 “집중도와 경쟁도의 적정수준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고 대형은행들의 합병성과와 금융지주회사 성과에 대한 충분하고 객관적 평가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은행합병인가 기준과 심의를 강화해 은행산업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할 것을 권했다.

이어 △대형은행들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불공정행위를 엄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은행산업 경쟁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경쟁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규모’와 ‘수요’ 측면에서 중층적으로 정비해 대형리딩뱅크 말고도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경쟁력제고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은행시장의 집중도 변화 추이(평잔기준) 1) 2) 3)>
                                                                      주 : 1) 총자산은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의 합계, 조달자금은 원화예수금, 수입부금, 외화예수금, CD,
          매출어음, RP매도, 금전신탁, 원화차입금, 외화차입금과 콜머니의 합계, 대출금은 원화
          대출금, 외화대출금과 신탁대출금의 합계
      2) HHI는 10,000을 최대값으로 가지는 Herfindhal-Hirschman Index 이고, CR1, CR3와 CR5는
          각각 상위1사, 상위3사 및 상위5사의 시장점유율


      3) 1992년 신설은행인 평화은행과 대동은행, 특수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1995년의
          국민은행과 1997년의 주택은행은 분석대상에서 제외
          자료 :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중소기업 금융 이용 및 애로 실태 분석”, 각년
                   우리나라 자료는 국민은행, “중소기업 금융실태 조사보고서” 에서 인용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