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용 前산은 총재는 20일 “지금의 경제상황은 한 마디로 ‘혼돈과 갈등’ 그 자체”라며 “IMF가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오”라고 말했다.
정 前총재는 이날 모임에서 “외환위기의 본질은 금융위기이고 금융위기 자체는 경제위기”라며 “97년 당시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약했던 금융부문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前총재는 이어 “IMF 이후 국내에서는 구조조정 열풍이 일어났지만 진정한 개혁작업은 불과 1년반 뿐”이라며 뿌린 만큼 거둔다는 논리하에 “구조조정의 혜택은 2000년까지였고 2001년부터는 경제상황이 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정 前총재는 이런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경제정책 가운데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철저한 유동성 관리와 새로운 구조조정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정 前총재는 최근 유동성 문제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LG카드 사례를 언급하면서 “구조조정을 할 때는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요소가 잠복해 있다가 나중에 더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 前총재는 “상환기간에 돈이 없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정작 있어야 할 곳에 돈이 몰리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초과유동성이 주식의 발행시장쪽으로 몰린다면 거의 활기를 갖지 못하고 있는 발행시장도 좋고 기업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금리와 환율, 물가도 단기변동폭이 심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초과유동성흡수와 함께 조화롭게 엮어갈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前총재는 “특정 은행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아파트담보대출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은행의 고유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며 “은행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前총재는 이 같은 위기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감독당국이 제역할을 찾고 세계 속의 한국 위상을 찾기 위한 경쟁력이란 무엇인가부터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기관 스스로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정부는 금융기관의 경영자율성과 역동성을 최대로 보장해 줘야 하며 규제에 대한 끊임없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정부역할을 할 수 있는 자율규제기구를 강화해 금융기관의 퇴출도 시장의 힘에 의해 이뤄질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성 기자 ya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