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계약직으로 5년째 일해왔지만 ‘비정규직 5년 연한제’라는 보기 드문 규정에 걸려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W씨는 고객봉사 기여도가 커 회장 표창 등 여러차례 수상경험이 있는 모범직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농협은 업무수행능력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5년만 계약하고 재고용하지 않고 있다.
W씨는 “이런 악법이 정말 있을 수 있느냐? 회사에선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하는데 정말 농협에서 더 일하고 싶다”며 눈물지었다.
농협의 ‘계약직직원 및 파트타이머운용준칙’ 제7조와 제59조가 이런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엔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5년이라는 기간을 강제해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민변의 조영선 변호사는 “사측 내부규정으로 특정기간을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는 정도가 지나치다”며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 사회문제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 인사 관계자는 “경비를 절감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서는 ‘5년 연한제’가 불가피하다”며 “지금 개선을 검토하는 것은 어렵고 비정규직 관련 법이 정비되면 그 법을 근거로 고용불안 개선책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특정인이 1년 단위로 여러 번 계약해 왔다면 ‘계속근로’에 해당한다”며 “농협이 합법적 행위를 통해 위법적 형태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시적 근로계약(과정)은 합법적이지만 결과물(농협 실질이익)은 불법이다. ‘저임금과 정규직 회피’를 동시에 낚기 위한 편법고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 민사소송 대법원 판례(97다42489)는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해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예외적 경우에 한해 비록 기간을 정해 채용된 근로자일지라도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고 그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라고 판시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해고를 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한 기간만료’는 그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비정규직 계약시한을 정해 놓은 곳은 농협 외에 두 군데가 더 있다. 그러나 재고용의 길을 막고 있는 곳은 농협 단 한 곳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성 기자 ya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