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이 유구한 세월동안 세계의 패권국으로 군림하면서도 주변국으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데에는 일찍부터 발달한 상공업으로부터 터득한 ‘신의’라는 신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 우리증권의 국제금융담당이사로 부임한 이민재 이사는 자신이 시오노 나나미의 열렬한 팬이라며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카르타고의 로마 원정기 중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작은 충격에도 커다란 소용돌이로 요동치는 국내 금융시장의 문제점도 바로 이러한 시장 참여자간의 신뢰의 부재에 있다고 이 이사는 지적한다.
이 이사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임을 거듭 강조한다. “금융업무를 하다보면 고객에게 본의 아니게 금전적 손실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도 물론 그런 경험이 있구요. 그러한 금전적 손익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관계 구축이라고 봅니다. 시장의 일시적 충격에 투자자들이 동요하기는 하겠지만 신뢰가 구축돼 있다면 이번 SK글로벌 사태처럼 대량 환매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국제금융업무가 침체 상황에 처한 현 시점에서 우리증권의 국제금융업무를 책임지게 된 것이 적잖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하련만, 이 이사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관련 외부 악재가 상당부분 해소돼 국제금융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향후 전망을 낙관했다.
그는 특히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 선진금융을 경험한 인재들을 상당히 확보한 상태고, 리스크관리 체제도 선진화돼 가고 있는 등 국제금융업무가 활발했던 IMF 전보다는 질적으로 성장해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금융회사들의 국제금융 분야 전망은 매우 밝다고 판단한다.
그는 “IMF 이전까지는 외화 차입 주선업무 등 국제 금융업무에서 그동안 은행이 주도해 온 것이 사실이었지만,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증권회사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국내 금융업계도 종래 은행에서 증권사로 주도권이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우리증권은 우리금융그룹이라는 강한 배경이 있습니다. 해외 공동 IR, 고객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국제업무에서의 정보 공유 및 공동 업무제휴 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우리금융그룹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면 우리증권이 국제금융분야에서 강한 증권사로 부상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이사는 89년에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함으로써 금융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으며, 홍콩 페레그린에서 채권 딜링업무를 담당했었다. 당시 아시아채권 전문잡지인 ‘Asian Debt Review’의 97년 여름호에서 아시아 채권분야 Top 5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기업 인수 합병업무에도 정통해 MetroNex라는 벤처기업을 인수 4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으며, SK텔레콤의 팍스넷 인수를 주선했고 우리증권에 입사하기 직전까지 팍스넷의 상무이사로 재직했다.
<주요경력>
·학력: 서울대 외교학과, 뉴욕 주립대 M.A.(국제금융 전공)
·경력: 장기신용은행, 홍콩 페레그린 이사, MetroNex 사장, 팍스넷 상무이사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