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대리인 동의없이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무효이므로 카드사가 카드발급 후 취득한 할부수수료, 연체료 등 부당이득분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지난 27일 고 모군 등 44명이 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민법상 만20세 미만인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 원칙적으로 부모 등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한 만큼 부모 동의없이 미성년자가 체결한 신용카드 발급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 판결의 내용
이번 판결은 신용카드사와 미성년 회원의 신용카드 이용계약이 부모의 동의가 없을시에는 취소가 가능하며 미성년회원의 카드 대금에 대한 책임은 인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미성년 회원이 카드사에 이미 납부한 금액중 거래원금을 제외한 할부수수료와 연체이자는 카드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으나 미성년회원이 사용하고 미납한 현금서비스 비용과 일시불, 할부의 원금(카드사에서 취한 할부수수료와 연체이자 제외)은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44명의 미성년자들이 7개 카드사에 미납한 신용카드 대금 원금 및 이에 대한 연체금과 수수료 총 1억8,000만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하고 미성년 회원이 가맹점과의 대금 정산을 하면서 취한 수수료 180만원은 돌려 주도록 했다.
대신 재판부는 미성년 회원이 사용한 카드대금을 일종의 ‘부당이득’으로 간주, 변제의무를 부과했다. 즉 이 판결에서는 이미 지불한 카드대금 3억5,000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상계처리토록 했다.
■판결이 미치는 영향
카드사들은 이번 판결이 결국 사용한 카드대금 원금은 갚아야 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이번 판결로 향후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취업한 이들에게 1~2년간은 카드발급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금융협회 황명희 부장은 “여전법시행령 6조 7과 시행령 개정 이전의 금감원 감독규정 24조가 18세 이상 소득있는 자에 대해서 카드 발급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고 18세가 민법상 미성년이나 실질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한 경우에 카드사들이 신용카드를 발급해왔다”며 “법원이 신용카드사와 미성년 회원의 신용카드 이용계약을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판정했으나 이를 이미 사용한 카드대금까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미 발급된 회원에 대해서도 사후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해 고등학교 졸업 후 1~2년 간은 사실상 카드발급과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판결이 경영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카드사들이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이미 지난 6월부터 미성년 회원모집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성년 회원의 연체 카드대금을 법적절차를 통해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한 것도 카드사로서는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향후 이같은 미성년 회원의 카드사용대금에 대한 회수의 어려움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발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카드대금 중 원금부분은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