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신용카드 회사들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으로 미성년 신용불량자 양산 등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카드발급을 남발해온 카드사들의 관행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27일 고모씨 등 44명이 신용카드회사 등 7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민법상 만 20세 미만자가 법률행위를 할 때는 원칙적으로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어긴 신용카드 발급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 이용계약이 취소됐으므로 원고들은 신용카드 대금 중 카드사와의 원금, 연체료 및 수수료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카드사는 원고로부터 받은 카드대금 중 수수료와 연체료를 상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카드사가 가맹점에 대지급한 원금 부분은 원고들이 카드사로부터 법률상 원인없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이므로 상환할 의무가 있다"며 "재판과정에서 카드사들이 이 부분에 대한 반환청구가 없어 별도로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카드사들의 경우 미납부분에 대해 미성년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카드회사들이 카드를 사용한 미성년자를 대신해 지급한 원금에 대해서는 상환의무는 있다고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또 "미성년자가 카드발급후 성년이 된 이후에 카드를 사용했거나 카드대금 일부를 납부했을 경우에는 카드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해 신용카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못한 미성년 회원에 대한 신용카드 계약은 취소됐으나 사용대금에 대한 책임은 인정됐다"며 "향후 기발급된 회원에 대해서는 사후동의를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카드사들이 법정대리인 동의없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카드 발급을 남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6월 관계법령을 고쳐 법정대리인의 사전동의를 의무화했으며, 이번 재판의 원고인 고씨 등은 법령 개정 이전인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주소영 기자 js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