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자본금 완화 필요…통일된 판매규제법도 보완 시급
변액보험 놓고 투신, 증권, 보험 첨예 대립
증권연구원 주최로 지난달 30일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업법 제정 공청회’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자산운용업법 제정 방향과 향후 과제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전개됐다.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8명의 각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법 제정 방향이 기존 기관별 규제에서 기능별 규제로 가는 것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구체적인 몇몇 사안들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여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공청회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은 펀드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한 감시장치 확보와 투신사 자본금 규모 완화, 투신사 직판 허용, 사모펀드 규제 등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들을 어떻게 현실에 맞게 개선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재경부 이석준닫기

이날 공청회 토론자로 나온 인사들은 굿모닝투신의 강창희 사장, 증권연구원 고광수 박사, 보험개발원 류건식 재무연구팀장,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 박사,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 이중기 한림대 법대 교수,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정태석 교보증권 사장 등 8명이 참여했다. 주제별로 주요 논점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 펀드지배구조 어떻게 변하나
펀드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경부가 밝힌대로 수탁은행의 펀드 감시 기능 강화는 대다수 토론자들도 큰 이견은 없었으나 뮤추얼펀드의 경우 일반사무수탁사들의 펀드 감시 기능을 수탁은행에 이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증권연구원 고광수 박사는 “뮤추얼펀드를 감시할 감독이사 제도가 있는데도 이를 없애고 수탁은행에 감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차라리 현 감독이사제를 개선해 감시 장치를 만드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감독이사 제도는 현재 실효성이 떨어져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탁자 중심의 펀드 감시 기능 강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러나 수탁은행들이 공개 가능한 정보에 대해서만 감시 기능만을 할수 있기 때문에 사후적 견제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한꺼번에 수탁사에 대해 과도한 감시 기능을 부여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감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 사장은 외부회계 감사를 모든 펀드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외부회계감사를 모든 펀드로 확대할 경우 연간 약 2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외부회계감사는 펀드에 대한 이해 부족과 단기간내 집중해 감사를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제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펀드의 실효성을 높일수 있는 회계장치 등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 박사도 “이번 자산운용업법 제정은 펀드 지배구조에 있어 제3자 감시장치를 확보하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관련 기관들은 그동안 법따로 관행 따로 였던 그간의 행태에서 벗어나 이번만큼은 법 제정의 의의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투신운용사 자격 요건 완화돼야
굿모닝투신의 강창희 사장은 투신사 자본금 완화가 절대 필요하다며 이로 인해 자기자본이익률을 맞출수 없어 회사 수지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되고 있어 자본금 규모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일본의 경우 운용사들의 평균 설립자본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10억원에 불과하지만 무분별한 운용사 설립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강 사장은 “일본에서 운용사들의 수가 감소하는 것은 전문적인 집단이 운용사를 경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며 “국내의 경우 운용사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금융기관이나 재벌계열의 운용사가 설립되는 사례가 많아 운용철학이 제대로 정립이 안되고 있다”고 한국 투신업계의 후진성을 질타했다.
우재룡 사장도 “앞으로 부동산펀드 등 신상품이 대거 나올 상황에서 투신사 자격요건 완화는 필요하다”며 “부동산펀드의 경우 기존 리츠상품과의 경쟁을 통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운용할 전문 운용사의 요건을 현행 규정대로 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행 운용사 설립자본금 100억원을 하향조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사모펀드 규제 논란
이날 공청회에서는 사모펀드를 현행 규정대로 규제의 틀속에 가둘 것인지 아니면 규제를 과감히 없앨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져 현재 600개 펀드에 42조원이 설정된 사모펀드의 제도 개선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사모펀드 개선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고광수 박사는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펀드산업의 존재 이유와 맞지 않기 때문에 관련법에 포함될 필요가 없다”며 “따라서 사모펀드의 규제는 불필요한 규제 비용만 초래해 이번 자산운용업법 제정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고 박사는 “사모펀드는 단독펀드가 많기 때문에 자금분산이 어렵고 펀드대형화도 불가능하다”며 “이로 인해 펀드간 불공정 관행 등이 더 많아질 우려가 있어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 박사는 “사모펀드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되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업무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사모펀드를 투자일임업으로 묶고 모자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 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재룡 박사는 “현재 사모펀드는 펀드수만 600개에 약 42조원의 규모를 가지고 있어 이번 자산운용업법 제정에 반드시 합리적인 규제 방침을 마련하는게 긴요하다” 며 이견을 보였다.
또 그는 “사실상 기관단독펀드가 사모펀드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행대로 기관단독펀드 형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투신사 직판 허용 및 판매 규제법 필요
그동안 자산운용업법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투신사의 직판 허용 문제는 이번 공청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창희 사장은 투신 직판 허용은 향후 보험사에도 수익증권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직판을 허용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강 사장은 “그러나 투신사에 직판이 허용되더라도 판매 비용을 고려해 볼 경우 많은 투신사들이 직판을 실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투신사 직판 허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법인영업 위축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앞으로는 투신사나 증권사 모두 법인영업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산운용업법 제정 취지가 같은 법이 대상 금융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형평성 측면에서 허용을 해주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신인석 박사는 직판 허용과 관련해 “투자대상과 운용범위확대에 따라 향후 판매채널의 확대도 시급하다”며 “판매시장은 운용시장과 달리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형평성 차원에서 모두 허용해 주되 완전판매경쟁 체제로 시장을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재룡 박사도 “판매 부분에 있어 엄밀하고 포괄적인 규제법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나의 통일된 판매 규제법을 서둘러 제정하고 이번 법 제정안에 들어있는 판매행위준칙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판매방식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변액보험 자산운용통합법 적용 “뜨거운감자”
자산운용업법 제정 요강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의 불특정금전신탁과 보험사의 변액보험은 자산운용업법에 우선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업법에 근거해 도입된 변액보험은 실적배당상품에 근거한 규제의 틀속에서 운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여기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토론자로 나온 보험개발원의 류건식 재무연구팀장이 보험업계를 대표해 변액보험이 자산운용업법에 우선 적용받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류 팀장은 “변액보험은 운용구조가 실적배당상품과 유사하지만 상품 자체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해야 하는데다 사망보장 등 각종 위험에 대비한 보장 장치가 있는만큼 보험상품에 속해있다”며 “따라서 유사 신탁상품이지 실적배상상품이 아니고 상품구조나 특성을 따져볼때도 독립된 하나의 보험상품이기 때문에 이를 보험업법에 근거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보험권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현재 진행중인 자산운용업법의 제정 취지와는 배치돼 향후 투신권과 증권업계, 보험업계간의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증권 판매 시스템도 없는 보험사들이 수익증권은 팔면서 수익증권과 동일한 상품인 변액보험만은 예외로 간주해 달라는 것은 말도 안되며 이번 법 제정의 의의에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