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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에게 듣는다] 외국인 은행장에 대한 기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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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8-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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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했던’ 월드컵이 끝난지도 한 달이 넘었지만 히딩크의 골 세리머니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이제 그의 경영스타일을 분석하고 연구해 적용시키는 방법론이 축구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 일반화되어가고 있지만, 과연 ‘히딩크식’이란 것이 이른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대두될 만큼 새로운 발견이었느냐는 물음에 나는 단연코 “NO!”라 말하고 싶다.

인화를 생각하고, 추진력을 배양하고, 인재등용에 객관성을 유지하는 등에 대한 고려는 경영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음직한 것들이며, 실천에 옮기는 데에도 그다지 큰 결단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그의 무엇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냈을까?

“활쏘기는 쏘는 사람의 재주만이 아니라 활과 화살에 대한 이해가 명중률을 좌우한다”

나는 은행을 경영하는 임원의 한 사람으로 ‘활과 화살에 대한 사수’의 자세가 ‘히딩크식 리더쉽’이 성공한 열쇠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 오면서부터 히딩크는 과거 유럽에서 쏘던 활과 화살을 과감히 버리고 한국의 활과 화살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비록 자기가 쏘던 활과 화살에 비해 당장 명중률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고 개인의 성향과 기술을 분석하고 어느 위치에서 누가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먼저 알아내는 것이 그에게는 급선무였을 것 같다.

명궁을 가진 명사수가 활을 바꾸면 곧 보잘것없는 솜씨로 전락해버리듯이 유럽에서 쏘던 활 솜씨만으로 한국의 활을 다루려 했다면 아마 히딩크는 지금의 성적을 낼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기간동안 나는 히딩크가 이끌었던 한국축구가 외국인 대주주를 두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의 패러다임이 될 수도 있음을 느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제일은행은 국가적 난관 속에서 외국인 경영진에 의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지만 무언가 확실한 대안을 성급하게 원하는 주변의 분위기 속에서 선진금융기법을 통해 그에 걸맞는 성과물들을 빠른 시일안에 가시화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임직원 모두가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마치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을 치르는 한국축구가 어떤 성적을 낼지 관심을 끌었던 모습에 견주어 진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국내에 외국인 경영진 또한 많이 늘어났다. 어쩌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외국인 경영진의 행보가 적잖이 의심스럽고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고 달려가 포옹한 사람은 외국인 히딩크가 아니라 그저 존경하는 감독님이었음을 국민 모두가 확인한 것처럼 단지 외국인이기 때문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히딩크가 외국인이었기에 객관적인 눈으로 한국 축구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처럼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동안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은 단결된 힘을 만들어 냈었다. 물론 주권을 지키려는 의로운 힘이었지만 이것은 대부분 대외적으로 강력한 파시즘에 맞서 국수주의를 발동하는 힘이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월드컵 응원이 남을 해치하기 위한 배타적 축구응원이 아니었듯이 이젠 좀 더 대승적인 단결을 할 때가 됐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나는 외국인 경영진과 한국인 직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충돌이 그리 놀랍지 않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이 대부분이지만 실상 둘 사이의 갭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도 심각하지도 않다.

문제는 당사자간들 이라기보다 외부의 시선이다. 순박하고 솔직한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칭찬하며 서서히 ‘활 고르기’를 하는 히딩크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부의 눈초리가 얼마나 큰 장애물로 작용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디 잘 되나 보자’ 하는 미덥지 못한 시선은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뿐이다.

나의 일터인 제일은행의 외국인 경영진도 이제 활과 화살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있는 듯 하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직원에 대한 이해와 애정으로 과녁에 대한 적중률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결승골을 넣은 후 화려한 골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지는 결국 경영진과 직원들의 몫이다. 여기에 2년 가까이 히딩크를 기다려 준 우리나라가 4강 신화를 이룬 것처럼 좀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결실을 기다리는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다.

그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처음엔 나도 300년 전 이 땅에 발을 딛은 네덜란드인처럼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1년 반 동안 단 한 명의 외국인이 이 땅에서 일으킨 엄청난 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우리는 왜 더 가능성 있는 변화들에 대해서는 의심하고 결과를 재촉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 현 재 명 제일은행 상무>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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