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정책때문에 금융 서비스 선진화 작업이 후퇴하고 있다.
공과금 자동납부 제도와 기업체의 정보 교류 정책에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합의를 보았으나 각론에 있어서 은행간 이견이 커 실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업무의 질을 한단계 높이고 고객 편의를 극대화한다는 취지로 도입이 예정된 각종 제도들이 은행들의 상충된 이해관계로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세, 국세, 각종 법칙금 등 공과금 자동 납부제도가 대학의 등록금 문제로 제동이 걸렸다. 국세와 관세 등에 있어서는 이른바 주거래 은행이 있기 때문에 해당 은행이 지로의 발송 등을 대행하면 되지만 대학의 경우 여러 은행이 거래를 하고 있어서 한 은행이 업무를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은행들은 대학을 주거래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생증과 신용카드를 겸비한 ID카드를 제공하는 등 적잖은 비용을 투입한 상황이다. 지로 발송 등 공과금 납부 업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행들은 우선 주거래처가 분명하고 공공성이 강한 납부 업무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이후에 대학의 등록금 문제로 해결키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우량정보 집중화’ 작업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 어느 은행도 나서서 논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주축으로 오는 8월부터 기업정보 공유에 나설 예정이지만 일부 은행들이 난색을 표명,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공유해 얻게 될 이익보다는 실이 크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기업정보 공유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공유범위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아예 정보 공유를 하지 않겠다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당초 기업체의 정보교류는 신용평가 및 심사기법을 한단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더욱이 집금 등 자금업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중견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선발 은행의 경우 정보를 공유해도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며 후발 은행의 경우 기업영업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상태”라며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어느 은행도 먼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