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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장 내정자 李康源 그는 누구인가

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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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4-14 22:12

‘제2의 김정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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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테이블에서 빛나는 영어 능통한 ‘협상의 달인’

99년 LG투자증권 부사장 발탁, 인생항로 새전기 맞아

증권사 경력은 6년뿐…“이론과 실무 겸비 CEO자질 충분”

친형인 이강남 금융연수원장과는 서울대 농경제학과 선후배



은행권에 또 하나의 ‘스타 CEO’가 탄생할 것인가. ‘김정태식 성공스토리’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0일 외환은행장 후보로 선출된 이강원(李康源·사진) LG투자신탁운용 사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은행에서 수십년 잔뼈가 굵은 정통뱅커가 아닌 증권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생소한 인물인데다 1950년생으로 최근 은행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행장 신드롬‘에도 부합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기에 어느 은행장 인사보다 하마평이 무성했고 최후 순간까지도 엎치락 뒤치락했던 행추위의 후보선정과정에서 관(官)과 내부승진을 모두 제치고 의외의 인물(?)인 李사장이 낙점됐다는 것도 이목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다

李사장의 은행장 내정을 놓고 은행권 및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시장을 몸으로 느끼고 시장 참여자들의 행태에 정통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다.

또한 지난 98년 은행권 최초로 증권업계 출신 옛 주택은행 김정태닫기김정태광고보고 기사보기 행장이 취임, 국민은행과의 합병을 성사시키고 관치금융을 적절히 소화하고 질(質)보다는 형식에 치중했던 업무방식을 과감히 탈피해 초우량 은행으로 발돋움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증권계 출신 행장에 대한 거부감 혹은, 이질감이 많이 사라진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李사장이 행장 후보에 선정되자 마자 ‘제2의 김정태’로 비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이미 은행권엔 異업종 출신 은행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 경험이 전무하고 직원수만 비교해도 100배차이며 하이닉스 문제등 난제가 산적해 있는 ‘항공모함’ 외환은행을 잘 이끌어 나갈 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李사장은 4년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은행밥을 먹은 김정태 행장과는 달리 은행경험이 전혀 없다. 지난 89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LG투자신탁운용까지 13년간 증권업계에 몸담아 왔다.

더욱이 95년부터 99년초까지 기아포드할부금융사장 재직과 이에 앞서 아시아개발은행 동아시아 금융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3년여의 기간을 제외하면 증권업계에서도 6년 경험이 전부다.

게다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엎고 행장에 선임됐던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과는 달리 정권말기에 등장했다는 측면에서 李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저런 평가를 막론하고 李사장 개인만 본다면 CEO자질은 충분하다는 게 지인(知人)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李사장은 전남 광주 출신으로 5남매중 막내. 모든 집안의 막내가 그렇듯 어린시절부터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광주서석초등학교, 서중학교를 거치면서 우등을 놓치지 않은 공부벌레로 알려져 있다.

이후 서울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 일찌감치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서울대 진학과 관련해서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현 금융연수원 이강남 원장이 친형인 동시에 서울대 농경제학과 선배다. 광주일고에 진학했던 이원장과 대학에서 과 선후배로 만난 것.

李사장은 영어가 유창하다. 거의 네이티브(Native) 수준. 언어감각을 타고 난데다 학창시절부터 영어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태국과 미국에서의 오랜 유학생활이 밑바탕이 됐다.

李사장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유학시절 및 업무 수행에서 빛을 발한다. 태국 Thammasat대학 시절, 대사관 행사에 빠짐없이 사회를 봤을 정도다. 이런 계기로 전 태국 대사 및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천병규씨와 깊은 인연을 맺었고 천씨도 李사장을 매우 아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기아포드할부금융 재직시절과 LG증권, LG투자신탁운용에 재직하면서도 IR이나 해외협상을 주도, 능숙한 외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혹자는 李사장이 대학 졸업후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태국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것에 의아해 한다. 이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해외유학의 포부를 지녔던 李사장이 ‘Ford Foundation’의 국제 교육프로그램 장학생으로 뽑혔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후 李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의학과 경제학으로 명성이 높은 Johns Hopkins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문분야는 국제금융 파트.

李사장은 친화력과 리더십이 강점이다. 대학시절 과대표를 했고 증권업계, 학계, 언론계에 두루 지인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5~6명으로 구성된 李사장의 친목모임인 ‘이수회’에는 현 증권업협회 오호수 회장, 조진형 세종대 교수, 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등 명망가들이 많다. 이 외에도 삼성증권 황영기닫기황영기광고보고 기사보기 사장이 서울고 2년 후배며, 특히 언론계에 지인이 많다.

사람 가리지 않고 격이 없이 만나는 스타일이며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분위기 메이커 역학을 자처한다. 또한 내실을 기하는 성격으로 업무보고시에도 그다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탓에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노래 부르기도 좋아하는 유한 성격이다.

특히, 李사장은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 최근까지도 ‘매경춘추’나 일간지 시론에 자주 등장했다. 투신운용 CEO인 만큼 증권업계에 대한 전문적인 글부터 가벼운 에세이까지 다작을 하는 편. 글도 전문 글쟁이 못지않게 간결하고 맛깔나게 쓰기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천주교 신자로 주일을 챙기고 가정에 충실한 편이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고 장남은 현재 李사장이 공부한 Johns Hopkins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적인 스타일을 보자면 ‘금융외교’와 ‘협상’의 달인이다. 이 점이 기아포드할부금융에서 LG증권으로의 한단계 도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LG투신운용 사장직을 맡으면서는 특유의 업무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업계 9위에서 7위로 뛰어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오는 30일 외환은행장에 취임하게 될 李사장은 “어깨가 무겁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하이닉스 문제, 시중은행중 가장 보수적이고 엘리트 의식이 강한 조직원간의 융화문제 등 산적한 과제들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웃사이더’에게 좀 더 유리한 개혁성과 李사장 개인의 사람친화력과 리더십을 무기로 외환은행이 재도약 할 수 있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전지선 기자 fnzz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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