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투신업계의 지형도가 급격히 바뀔 전망이다. 대형기관들이 자산운용을 자회사인 투신사에 아웃소싱을 하면서 업계 구도 재편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특히 이달 중순경 15조원의 자산을 자회사인 삼성투신에 위탁하기로 한 삼성생명과 올해중 투신사 설립을 준비중인 농협 등이 이를 주도하면서 다른 대형기관들까지 확산될 기미를 보여 투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투신업계는 이 같은 대형기관들의 자산운용 아웃소싱 바람에 대해 시장에서 검증된 운용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형기관들의 전문성이 결여된 무분별한 업무 영역 확대를 비판하는 등 대응의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이처럼 투신업계가 대형기관들의 자산운용 아웃소싱 방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대형기관들이 자회사에 자산을 위탁하는게 해당 가입자에게 이익을 줄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외국계 투신사들이 국내 투신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등 전문 운용 집단간의 투명성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형 기관들이 자회사에 자산을 몰아주는 것은 마치 장자상속의 경우처럼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특정 회사에 자산을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경향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시장에 충격을 줄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간의 정보 공유 등은 가격 조작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올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 검증되고 운용 능력이 뛰어난 투신사를 분야별로 다양하게 선택하는 전략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한편 새로 투신사를 설립하는 농협의 경우 과연 농협이 원하는 자산관리를 자회사가 해줄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투신사는 많은 운용인력과 운용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하지만 짧은 기간에 선진운용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자산운용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은행과 합작투신사를 설립하는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본시장 발달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프랑스 금융기관과 협력해 선진금융기법의 전수 등이 제대로 실행될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란 게 관련업계의 평가다.
이처럼 대형기관들의 무분별한 업무 확대는 자회사를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고 우리 것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형식 논리에 입각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에 대해 “연기금 등 대형 기관들이 자산운용 아웃소싱을 확대하더라도 자산 집행을 보다 투명하게 진행시키는 한편 자회사보다는 시장에서 검증된 전문가 집단에 아웃소싱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