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력 육성 시급, 운용과 경영 분리돼야”
최근 삼성투신운용의 김기환닫기

특히 김기환 CIO(chief investment officer)는 삼성투신으로 온지 1년여 정도 밖에 안된 상황에서 회사측에 의해 사실상 해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주식운용최고담당자의 사임은 투신사의 인력관리에 있어서 운용상의 정책이나 구조에 대해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투신사 관계자는 “투신사의 최고경영자는 주로 모회사인 은행이나 증권사의 퇴직 임원들이 낙하산식으로 내려오면서 전문성이 부족해 운용회사로서의 정책과 구조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고경영자들은 단기위주로 실적 쌓기에 급급하고 이러한 외형경쟁이 최고운용담당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보통 펀드매니저는 내부에서 육성하는게 바람직하지만 외부에서 수혈하는게 그동안의 관례였다”라며 “경영과 운용이 분리되고 CEO와 CIO의 상호협조와 견제속에서 발전이 싹트는 법이지만 CEO가 모회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에서는 그저 이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침을 놨다.
■ 펀드매니저의 우울한 자화상
한동안 억대 연봉으로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던 펀드매니저들의 신세는 한마디로 파리 목숨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한 펀드매니저라고 해도 한번에 직장을 잃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이번 삼성투신의 김기환 상무 또한 한동안 업계에서는 ‘마이다스의 손’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유명펀드매니저 출신이다. 그런 그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작년에 삼성투신으로 이직할 때 까지만 해도 지금의 상황을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역량있는 매니저가 성장하지 못하는 투신사의 고질적인 인력관리방식에 있다”며 “모회사 퇴직 임원 CEO들이 CIO에게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면서 압력을 행사하는 등 본인의 운용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는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위주로 매니저를 평가하다보니 자연히 인력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매니저는 신분상의 불안감으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철새 신세나 진배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투신사들이 중량급있는 매니저를 육성하려면 내부에서 철저히 훈련을 받은 매니저에게 운용전권을 부여해 소신있는 운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 특정 기관에 죄지우지되는 투신사
대형투신사일수록 특정 기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관들의 단독펀드를 많이 유치하다보니 이들의 부당한 요구 등을 외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관이 가입한 단독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해당 펀드매니저를 교체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아 이번 삼성투신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기관이 수백만 고객의 대표격인 CIO를 해임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은 월권행위이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정기관의 영향력에 따라 대다수 소액 투자자들을 등한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채용된 지 얼마 안되는 CIO가 납득할 만한 사유없이 사임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회사차원에서 결국 대다수의 투자자를 무시하는 동시에 이는 회사 신뢰성에도 타격을 주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투신업계에서는 삼성투신의 경우 초창기의 역랑있는 매니저가 상당수 있었으나 지금은 이들이 모두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 운용 전문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내부 인력의 육성은 물론 안정적인 인력운용도 이뤄지지 않는게 현재의 투신사의 모습이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 외국투신사 스톡옵션 등 고용안정성에 주력
국내 투신사와는 달리 외국투신운용사들은 해당 CEO들에게 경영전권을 부여하고 CIO는 매우 신중하게 선임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장기적인 성과평가제를 도입해 인력운용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펀드매니저에게는 스톡옵션을 주거나 아니면 이익분배를 통해 고용의 안정성을 높여 흔들림없는 운용구조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투신사처럼 원칙없이 매니저를 갈아 치우는 사례는 외국투신사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가 바뀌게 되면 이를 납득할 수도 없고 해당 운용사에 대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니저가 바뀌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CEO들의 경영권 확보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CEO들이 투신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책임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양호한 투자성과와 안정적인 조직을 꾸려갈 수 없다. 임기동안에 아무 사고 없이 잘 지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한 투신사의 선진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게 대다수 운용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태경 기자 ktit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