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국민은행이 드디어 출범했다.
합병국민은행의 출범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형화를 통한 금융 경쟁력 확보라는 의미와 함께 전산부문에 있어서도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세계 60위권의 초대형 은행 탄생과 함께 금융산업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듯 은행전산은 물론 IT업계의 판도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합병국민은행은 우선 전산시스템 규모에 있어서 ‘초대형’을 자랑한다. IT예산 부문에서는 단일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국민-주택은행 전산예산이 총 38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IT인프라 통합을 통해 중복투자분을 제거할 경우 1000억원 가까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지만 전산통합이 완성될 때까지 향후 몇 년간은 대규모 전산투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산직원은 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CPU처리용량을 보면 국민은행이 4000밉스(MIPS), 주택은행이 2700밉스를, 하루처리 최대 용량은 국민은행이 2000만건, 주택은행이 1200만건에 이르고 있다. 합병은행은 세계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하루 3000만건 이상의 온라인 거래를 처리해야 한다. 인터넷뱅킹의 경우 국민은행 주도로 통합이 이루어졌으며, ‘n페이코리아’ 등 주택은행이 추진하던 신사업들은 기존 전자금융부로 이관됐다.
합병국민은행은 금융전산 및 IT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막강한 구매력과 함께 합병은행의 투자패턴이 가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IT부문에 집중 투자될 전망이다.
김정태닫기

또한 금융전산서비스에 대한 개념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우리금융그룹과 같이 IT자회사 분리 내지는 최소한 전산부문의 독립채산제 도입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금융전산서비스의 비용 및 효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툴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개인에서 조직전체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성과평가와 함께 IT부문의 서비스 개념이 더욱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IT업계에 대한 파장도 만만치 않다. 향후 금융IT 산업의 표준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역할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구매력을 가진 금융회사로써 기존 IT업체의 판도변화를 재촉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합병국민은행의 투자패턴은 향후 금융권의 모범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국민은행은 지금까지 통합은행 탄생과 함께 두 은행 창구를 공동이용하기 위한 ‘데이1’ 프로젝트를 공동진행해 왔다. 고객원장 및 주전산시스템을 합치는 본격적인 전산통합은 내년 추석연휴 내지는 2003년 구정연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가장 첨예한 화두인 주전산시스템 결정은 일단 컨설팅펌의 몫으로 돌아갔다. IT통합 컨설팅 사업자로 선정된 캡제미니언스트영은 이번 달초부터 8주간의 컨설팅을 거쳐 합병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을 결정짓게 된다.
대형화를 통한 금융 경쟁력 확보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전산부문에 있어서도 합병국민은행에 대한 비중과 기대도 크다.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금융IT산업에 대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합병은행은 전산통합에서부터 주전산시스템 결정, 다양한 선진 시스템 및 프로세스 도입에 이르기까지 초대형 선진 금융기관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