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 및 일각에서는 두 은행 직원들이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하는 등 초강경 자세로 나가는 것에 대해 기존의 다른 파업사태에서처럼 “집단이기주의”등으로 매도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 주택은행이 국민의 세금을 받아먹은 부실은행도 아니기 때문에 이 논리가 먹힐 지 의문이다. 단지 정부가 추진하는 은행 대형화 등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에 반기를 든 ‘반개혁세력’으로 매도하면 조금 가능해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주장하듯 두 은행의 합병에 따른 초대형 은행의 탄생이 금융구조조정 완결판이라는 ‘대의명제’가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가로 좁혀진다. 정부는 지난 19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기호 경제수석이 밝힌 대로 “연말까지 은행합병을 포함한 금융구조조정을 밀어 붙인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기에는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도 당연 포함되어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두 은행 직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또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분석이 정부의 합병정책에 따라 달라지는 무원칙함에도 분개하고 있다.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이 시너지가 있다는 논리가 제대로 안 먹히자 이제는 “강제퇴직은 없다”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강제 퇴직은 없다’는 정부와 은행 경영진의 설득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합병을 위한 합병을 추진하다보니 이같은 실현되기 어려운 약속이 난무한다는 주장이다. 국민 주택은행 노조 및 직원들은 22일 총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할 전망이다.
지난 7월 은행 파업때 파업 투표에는 찬성했지만 결국 은행과 자신을 위해 파업에 불참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국민은행의 경우 팀차장들까지 사표들 던졌다. 은행 홈페이지에는 지점장들의 반대 입장도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같은 직원들의 강경 입장을 적극 활용, 파업 날짜를 28일에서 22일로 앞당겼다.
국민은행은 이미 넘을 선을 넘어 직원들이 콘트롤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은행원들이 파업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는 외부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정부당국에 대한 분노를 감지한다면 심각한 상태다.
주택은행 직원들은 줄곧 국민은행의 추이를 살펴가며 자제하는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방관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부 차장들이 20일 ‘합병을 위한 합병에 반대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은행 경영진은 경영진 대로 사태수습에 나섰다. 국민은행 임원들은 파업사태 만큼은 막겠다며 사표를 모두 던진 상태다. 또 19일에는 “직원들의 동의를 거쳐 투명하게 합병을 추진한다”는 김상훈행장의 약속대로 전략기획담당 임원이 ‘합병관련 설명자료’를 직원들에게 공표했다.
이 자료에서 국민은행은 직원들이 우려하듯 강제퇴직은 없으며 합병전 최고수준의 명퇴금을 지급하는 자발적 명예퇴직을 단행하고 합병후에도 증권 보험등 자회사를 설립해 과잉인력을 재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기업고객전담 점포도 100개를 신규로 운영해 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정부와는 이미 이같은 내용에 대해 합의가 끝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직원들은 설득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합병을 왜 하냐는 반론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줄일 것 안 줄이고 다 끌고 가는 합병을 애당초 왜 시도하느냐는 지적이다.
주택은행도 파업대책반을 구성, 파업막기에 나섰지만 직원들의 반대의사를 막기가 힘겨워 보인다. 임원들조차 일부는 합병 자체에 회의적인 생각을 비추기도 한다.
김정태닫기

직원들의 반대가 예상보다 엄청난 현실을 정부당국과 은행 경영진 및 대주주가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기로에선 국민 주택 합병이 결판날 전망이다. ‘은행 대형화 및 금융구조조정의 완결판’이라는 명제와 ‘합병을 위한 합병 반대’의 주장 사이에서 합일점이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권에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