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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선택' 두산로보틱스, 승부수일까 자충수일까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5 13:08

전임 김민표 대표 임기 남기고 권영민 대표 교체
외부 인사 체계 대신 그룹 제조 DNA 이식 결단
경쟁사 인사 정책과 반대…손익 개선 우선순위 대조
로봇 격변기, 적자 탈출과 미래 가치 입증 이중 과제

권영민 두산로보틱스 신임 대표. / 사진=두산로보틱스

권영민 두산로보틱스 신임 대표. / 사진=두산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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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두산로보틱스가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외부 출신 김민표 대표이사가 임기를 약 1년 6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사임하고, 두산그룹 내에서 검증된 산업기계 및 전략 전문가인 권영민 전 두산모트롤 대표(사장)가 신임 CEO로 선임된 것이다.

이번 리더십 교체는 단순한 경영진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외부 핀테크·컨설팅 출신인 김민표 전 대표 체제에서 추진하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중심의 외형 확장 시도에서 벗어나, 두산그룹 고유의 제조·기계 DNA를 본격적으로 이식하겠다는 결단으로 풀이된다.

'그룹 순혈 전략가' 권영민 등판, 수율·수익성 집중

신임 권영민 대표는 2000년 ㈜두산 전략기획본부에 입사한 이래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영업 총괄, 두산밥캣 최고전략책임자(CSO), 두산모트롤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중공업·기계 분야의 영업과 전략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 그룹 내 대표적인 '기계·전략통'으로 꼽힌다.

이는 임기를 약 1년 6개월 남겨두고 사임한 전임 김민표 대표의 행보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김 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와 핀테크 기업 토스페이먼츠 대표 등을 거친 외부 S/W·플랫폼 전문가였다.

김민표 전 대표 체제 아래 두산로보틱스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과 서비스 중심의 파격적인 외형 확장을 시도했으나, 제조업의 본질인 현장 수율과 수익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두산로보틱스가 권영민 대표를 등판시킨 배경 역시 상장 전후로 지속되고 있는 적자 고리를 끊고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두산로보틱스 연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2022년 450억 원, 2023년 530억 원에서 2024년 468억 원, 2025년 330억 원 수준으로 정체 및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2년 132억 원, 2023년 192억 원, 2024년 412억 원, 2025년 595억 원으로 매년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역시 해외 솔루션 업체 인수 효과 등으로 매출액은 329억7000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36.0% 급증했으나, 영업손실은 264억9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6% 축소에 그첬다.

이처럼 외형 성장에 비해 '팔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마진 구조 속에서, 외부 출신의 플랫폼식 확장 전략보다는 현장 수율 고도화, 원가 절감, 제조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판단이다.
두산로보틱스 상장(2023년) 전후 연간 실적 추이. / 사진=딥서치

두산로보틱스 상장(2023년) 전후 연간 실적 추이. / 사진=딥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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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 상황 속 오너 4세 박인원, 경영 시험대

이번 리더십 개편은 두산그룹 오너 4세 박인원 사장에게도 결정적인 분기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박인원·권영민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박인원 사장은 오너 4세로서 회사의 중장기 비전과 그룹 내 입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그룹 AI 및 첨단 로봇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의 핵심 축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수익성 반등과 성공적인 사업 재편은 박인원 사장의 경영 능력과 오너 리더십을 평가받는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순혈주의 회귀'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가장 큰 과제는 급변하는 글로벌 로봇 시장의 환경 변화다.

최근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중국 제조사들의 파격적인 가격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단순 하드웨어 제조 및 단품 판매만으로는 마진을 확보하기 힘든 구조로 개편되고 있다.

시장의 경쟁 축이 AI 비전 및 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상황에서, 중공업·기계 중심의 전통 제조업 DNA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고도화되는 로봇 생태계 변화에 둔감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시장 변화 가운데 최근 국내 로봇 기업들의 인사 정책도 제조업보다 빅테크 출신 외부 인사를 등용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두산로보틱스의 잠재적 로봇 경쟁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수장급 인사를 전원 글로벌 외부 전문가로 채우고 있다.

자율주행 및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전환을 이끄는 포티투닷에 테슬라와 엔비디아 출신 박민우 사장을 영입한 데 이어,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신임 CEO로 아마존 '알렉사' 총괄 출신의 글로벌 AI 전문가 로히트 프라사드를 발탁했다. 로보틱스 하드웨어에 빅테크급 AI 소프트웨어 역량을 빠르게 이식해 시장 상용화를 가속하겠다는 파격적 외부 수혈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등 제조업 중심 로보틱스 기업들이 외부 빅테크 리더십을 이식해 '피지컬 AI' 기술 생태계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와 상반되는 내부 제조업 전문가를 선임한 두산로보틱스는 수년째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장 수율 확보, 원가 절감, 제조 체질 개선 등 '실속형 내실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두산로보틱스가 외부 출신 인사의 파격적 시도가 한차례 아쉬움을 보였던 만큼 내실 경영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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