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악재가 국내 증시의 취약한 수급 구조와 맞물리며 낙폭을 키웠다. 특히 반도체주에 집중된 상승 동력이 글로벌 금리와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경로로 작용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을 주도해 온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리와 AI 투자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변수 앞에서 얼마나 큰 변동성에 노출돼 있는지를 드러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 이후 7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지수는 5.59% 내린 5673.01로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키웠고, 한때 5450.81까지 밀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63.06포인트(7.65%) 하락한 760.82에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장중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매도세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안전장치가 잇따라 작동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낮 12시23분께,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낮 12시38분께 각각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7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장 초반에는 양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면서 시장 전반에 걸쳐 매도 압력이 급격히 커졌다.
증시를 흔든 출발점은 미국이었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졌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가 지연되거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하락하며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AI 산업을 둘러싼 회의론도 낙폭을 키웠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약 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 소유자가 투자비용과 금융비용을 충당하고 12%의 투자자본수익률을 달성하려면 8조5000억달러의 누적 매출이 필요하지만, 실제 AI 관련 매출은 3조6000억달러 이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AI 산업의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의 금리 부담과 AI 투자 수익성 논란이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과 지수 상승을 이끌어 온 반도체주가 흔들리면서 시장 전체의 하락 폭도 확대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발 단기 금리 상승, AI 인프라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 메모리 경쟁 우려 등 세 가지 외부 충격이 한국 반도체로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종으로의 쏠림과 외국인 매도, 레버리지 포지션 미청산 등 국내 수급 구조 역시 하락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8196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약 2조원씩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종별로는 전자장비·사무용전자제품이 13.89% 하락했고 전기장비(-12.43%), 반도체(-10.40%), 통신장비(-9.30%) 등 기술·수출 관련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자동차(-5.17%)와 증권(-5.18%)도 하락했다. 경기방어주 성격의 담배(3.41%)와 제약(0.30%) 정도만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대부분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9.48% 내린 21만원, SK하이닉스는 11.06% 하락한 1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스퀘어(-10.21%), 삼성전기(-15.36%), LG에너지솔루션(-4.62%), 현대차(-5.74%)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에서는 원익IPS(-15.47%), 주성엔지니어링(-14.97%), 심텍(-11.91%), 리노공업(-11.58%)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급락 이후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속 급락과 전저점 이탈로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됐지만, 다음 주 이후 본격화할 3분기 실적 시즌에서 AI 관련 우려가 해소되는지가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매도 구간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실적과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폭락은 미국의 물가·금리 부담과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 논란이 국내 증시의 반도체 쏠림 및 외국인 매도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향후 시장의 방향은 3분기 실적이 AI 투자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외국인 수급이 회복될지에 달릴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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