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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美 턴키 수주…본사 자재 공급만 1168억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5 20:17

美법인 T.E.USA 초고압 턴키 수주…본사가 1168억 원 규모 자재 공급
상반기 본사→美법인 판매 1237억 원…계약 한 건이 반년치 거래액의 94%
T.E.USA 상반기 매출 2373억 원, 작년 연간의 56%…순이익은 두 배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케이블 포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케이블 포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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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초고압 전력망 공사를 통째로 맡는 '턴키' 사업을 따냈다. 한국 본사가 이 공사에 쓸 케이블과 부품을 미국 법인에 공급하는 계약 금액만 1168억 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본사가 미국 법인에 판 제품 금액의 94%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법인 T.E.USA의 매출도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의 절반을 넘기며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계약 한 건, 상반기 거래액과 비슷한 규모

대한전선은 미국 법인 T.E.USA가 미국에서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를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고 15일 밝혔다. 턴키는 설계와 자재 조달, 시공, 시험 등 사업 전 과정을 한꺼번에 맡아 수행하는 방식이다. 케이블만 납품할 때보다 사업 규모가 크지만, 시공 경험과 관리 능력이 없으면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다.

초고압 케이블은 발전소나 변전소 사이에서 많은 양의 전기를 높은 전압으로 멀리 실어 나르는 케이블이다. 이번 사업은 T.E.USA가 현지 엔지니어링과 시공 등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고, 대한전선 본사가 초고압 케이블과 접속재 등 주요 자재를 생산해 공급하는 구조다.

대한전선은 이날 T.E.USA와 1168억1090만 원 규모 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의 3.21%에 해당한다. 계약기간은 2028년 12월 31일까지로, 대금은 납품에 따라 청구해 받는다.

대한전선이 올해 상반기 T.E.USA에 판매한 제품은 약 1237억 원 규모로, 지난해 상반기 약 701억 원보다 76%가량 늘었다. 이번 계약 금액은 이 상반기 판매액의 약 94%다. 자재 공급 계약 한 건이 이미 크게 불어난 반년치 거래액과 비슷한 것이다.

미국 턴키 수주는 올해만 두 번째다. 대한전선은 지난 1월에도 미국에서 약 1000억 원 규모 초고압 턴키 프로젝트를 따냈다. 당시 사업은 캘리포니아주 남부 리버사이드 지역에 230kV(킬로볼트)급 송전선로를 새로 까는 공사로, 설계부터 생산, 포설, 접속, 시험, 시운전까지 일괄 수행하는 '풀 턴키' 방식이었다.

美 법인, 반년 만에 작년 매출 절반

일감이 잇따르면서 미국 법인의 덩치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T.E.USA 매출은 2024년 3196억 원에서 지난해 4217억 원으로 32%가량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37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매출의 56%를 채웠다. 지난해 상반기(1529억 원)와 비교하면 55%가량 증가했다.

이익은 더 가파르게 늘었다. T.E.USA 상반기 순이익은 약 1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45억 원과 비교했을 때 두 배를 넘었다. T.E.USA는 2000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세운 대한전선의 100% 자회사로, 현재 해외 자회사 가운데 매출이 가장 크다.

미국 법인의 성장은 대한전선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대한전선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조28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718억 원보다 29%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557억 원에서 1213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상반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286억 원의 94%를 채웠다.

해외 비중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1조118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900억 원보다 42%가량 늘었다. 이는 같은 기준 국내 매출 증가율 약 24%를 크게 웃돈다.

데이터센터發 전력망 투자…한국 생산·미국 판매

미국에서 일감이 몰리는 배경에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약 415TWh(테라와트시)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2%가량 늘었다. 데이터센터가 늘면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도 새로 깔아야 한다. 여기에 낡은 전력망을 바꾸는 수요까지 겹쳐 있다.

대한전선은 2012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230kV급 턴키 계약을 맺었고, 2014년에는 컨소시엄으로 미국 최초의 500kV 지중(땅속)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 왔다. 회사 측은 미국에서 발주된 500kV 초고압교류송전(HVAC) 지중 전력망 프로젝트를 모두 수주했고, 32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공급 계약도 확보했다.

미국 시장에 맞춘 기술 인증도 쌓았다. 대한전선은 2024년 미국 345kV 케이블 접속재 시험을, 2025년에는 미국 138kV 접속재 시험과 미국 전력회사 PG&E의 500kV 접속재 내진 시험을 마쳤다.

대한전선은 턴키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다. 초고압 케이블 사업은 설계부터 제조, 운송, 포설(케이블을 까는 작업), 접속, 시험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런 턴키 수행능력이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되고, 미국에선 판매만 진행한다. 미국 법인이 판매와 프로젝트 수행을 맡고, 주요 자재는 본사가 공급하는 방식이다. 미국 법인이 수주를 늘릴수록 본사 공급 물량도 함께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회사 전체 수주에도 반영되고 있다.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지난 6월 말 4조629억 원으로 처음 4조 원을 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 3조6360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미국 전력망 시장에서 대형 턴키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수주를 계기로 시장 내 사업 기회를 더욱 넓혀 나갈 것"이라며 "대형 턴키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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