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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로잡은 ‘코딩 천재ʼ…벤처 생태계 육성에 앞장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8 00:00

권혁빈 스마게 CVO는 누구

대기업 엘리트코스 대신 벤처창업
크로스파이어·로스크아크 ‘빅히트ʼ
맞춤형 인디게임 지원 시스템 가동

▲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창업자

▲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창업자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1974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는 학창 시절 과학자를 꿈꾸던 소년이었다. 명문 상산고를 졸업하고 서강대 전자공학과(92학번)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몰두하며 엔지니어로서 역량을 키웠다.

권혁빈 CVO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내에서도 ‘몰입형 개발자’로 통하며, 대학생 최고 코딩 인재 집단이었던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8기)에 발탁됐다. 당시 멤버십은 엔지니어 지망생들에게는 삼성전자 등 안정적 대기업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였다.

하지만 권혁빈 CVO는 안정적 미래 대신 개인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벤처 창업을 선택했다. 1999년 대학 졸업 직후 그는 e러닝 맞춤형 교육 소프트웨어 기업인 포씨소프트(4C Soft)를 세우며 벤처 생태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2년 그는 대학 동문이자 당시 배우자였던 이 모 씨 등과 함께 초기 자본금 약 1억 원을 모아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했다.

스마일게이트 첫 프로젝트는 1인칭 슈팅 게임인 크로스파이어였다. 약 5년을 야심차게 준비한 크로스파이어였지만 시작은 좋지 못했다. 이미 국내 온라인 슈팅 게임 시장은 넥슨의 서든어택과 드래곤플라이의 카르마 온라인·특수공작대(SF) 등이 시장을 철통같이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흥행 참패로 스마일게이트는 극심한 자금난에 빠졌다. 직원들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 정도로 회사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이때 권혁빈 CVO의 ‘신의 한 수’가 중국 시장 진출이었다. 당시 중국 시장은 현재와 달리 모방 게임을 주로 생산하는 등 아류 지역으로 꼽혔고, 국내 게임사들도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08년 권혁빈 CVO는 중국 신생 공룡 IT 기업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시장 진출을 단행했다. 그는 단순히 국내 게임을 번역해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혹독할 정도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 배경, 용 문양 의상과 총기 아이템을 대거 추가했다. 또 당시 중국의 인터넷 인프라와 PC 사양이 열악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저사양 PC에서도 과부하 없이 부드럽게 구동되도록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원점에서 재설계했다.

권혁빈 CVO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에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동시 접속자 수 800만 명, 전 세계 누적 회원 수 10억 명을 돌파하며 중국의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매년 수천억 원의 로열티가 스마일게이트로 들어왔고 영업이익률이 60%에 육박하는 알짜 기업으로 도약했다.

크로스파이어의 폭발적 성공으로 권혁빈 CVO는 단숨에 성공한 벤처 사업가로 떠올랐다. 하지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스마일게이트를 두고 하나의 게임에만 의존하는 ‘원(One) IP 리스크 기업’이라는 시선을 보냈다.

이러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킨 권혁빈 CVO 야심작이 PC MMORPG 로스트아크다. 권혁빈 CVO는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넘어가던 2011년 오히려 역발상으로 PC MMORPG 로스트아크 개발을 시작했다.

로스트아크는 개발 기간 7년에 걸쳐 개발비만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2018년 베일을 벗은 로스트아크는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어 2022년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북미·유럽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32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스팀 역사상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밖에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서브컬처 게임의 원조 격인 에픽세븐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원 IP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냈다.

권혁빈 CVO는 스마일게이트 성장 이후 ‘제2의 스마일게이트’를 위한 벤처 생태계 육성에 앞장서 왔다. 창업 초기 자신이 겪었던 외롭고 처절했던 고초를 떠올리며 후배 창작자들이 실패에 굴하지 않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창작-창업-유통’의 선순환 생태계를 직접 설계한 것이다.

특히 권혁빈 CVO는 스마일게이트그룹 재단과 계열사별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맞춤형 인디 지원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먼저 퓨처랩 재단과 스마일게이트 멤버십(SGM)은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청년 창작자를 발굴해 초기 인큐베이팅을 담당한다.

이를 통해 창작지원금과 개발 공간, 맞춤형 멘토링, 유저 플레이 테스트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창작자가 저작권을 완전히 소유한 채 게임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초기 창작 단계에서 성과를 보인 기업은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이 이어받는다. 오렌지플래닛은 인디 게임사를 포함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를 지나 자생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창업의 요람’이다.

그동안 오렌지플래닛 재단은 강남과 전주 등에서 사무 공간 무상 지원, 투자 유치(IR) 연계, 성장 단계별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수많은 유망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사업화 단계를 마친 기업은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를 통해 유통된다. 스토브는 창작이 완성된 인디 게임이 시장에서 실제 수익을 내고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 인디 전용 글로벌 플랫폼이다. 심의 비용 지원, 현지화(번역) 마케팅, 유저 피드백 수집 등 인디 개발자가 홀로 해결하기 어려운 유통·마케팅 과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인디 지원 노력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재단이 주최하는 축제 비버롹스(Beaver Rocks)다. 스스로 댐을 지으며 서식지를 넓혀가는 ‘비버’의 끈기와 열정에 착안해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서울에서 개최되는 게임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비버롹스는 단순히 신작 게임을 전시하는 자리를 넘어 전국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비버롹스를 통해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창작자들이 수많은 관람객에게 직접 게임을 선보이고 피드백을 받아 작품성을 완성해 나간다. 스토브는 페스티벌 현장 전시뿐만 아니라 스토브인디 플랫폼과 연계해 온라인 기획전을 동시에 개최함으로써 출품작들이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판로를 열어준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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