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현대제철 김광평, 美 투자에 “내부 재원 활용” 1년 만 차입 조달 ‘결단’ [나는 CFO다]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3 15:52

美 루이지애나 제철소 재원 마련 차원…장기차입 1조 원 넘게 늘려
현대건설 시절, 차입 줄이고 현금 1조 원 쌓아
유동성 공백 없다…과제는 투자·환원 배분

김광평 현대제철 CFO. /사진=현대제철

김광평 현대제철 CFO. /사진=현대제철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현대제철 곳간을 책임지는 김광평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재무 운용 방향성이 ‘내부 재원으로 충분하다’던 지난해와 달라졌다. 미국 제철소 투자가 실행 단계에 들어서자 차입을 늘려 투자 실탄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현대건설 재무 책임자 시절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빚을 줄이고 현금을 쌓았던 것과는 반대 행보지만, 들여다보면 ‘돈이 필요한 순간에 유동성 공백을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남은 과제는 늘어난 곳간을 미국 투자와 주주환원에 어떻게 나누느냐다.

美 제철소 실행 단계 들어서자 차입 9000억 늘어

현대제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9조2619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0조1630억 원으로 9000억 원 넘게 늘었다. 장기차입금이 3조2424억 원에서 4조2979억 원으로 1조 원 넘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3429억 원에서 2조1676억 원으로 8247억 원 늘었다.

이는 미국 제철소 신규 투자로 차입금과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포스코 등과 함께 짓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총 58억 달러를 들여 연간 270만 톤 규모로 짓는 사업이다.

해당 제철소는 지난달 4일(현지시각) 기공식을 열었고, 올해 4분기 본공사에 들어가 2029년 1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출자 계획상 현대제철 부담분은 14억6000만 달러(약 2조 원)로 총사업비의 약 25%에 이른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미국 제철소 투자법인에 7074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지난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김 부사장은 미국 투자를 내부 재원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기조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올해 1분기에도 2025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조5000억 원 수준인 만큼, 투자가 마무리되는 2028년까지 내부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EBITDA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 등을 더한 값으로,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핵심 자산 정리도 병행했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현대아이에프씨 지분 매각(3393억 원)을 마무리했다. 다만 매각대금 일부는 지분을 사들인 펀드에 출자자(LP)로 다시 넣는 구조다. LP는 펀드에 돈을 대고 수익을 나눠 받는 투자자로, 매각대금 전액이 현금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투자가 실제 집행 단계에 들어서자 무게중심이 외부 조달로 옮겨갔다. 조달 창구는 은행 장기차입금이었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장기차입금으로 1조6263억 원을 새로 빌렸다. 지난해 상반기(7195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회사채는 1월 5000억 원어치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조달 자금 전액을 기존 채무 상환에 쓰기로 했고, 상반기 중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7600억 원을 갚으면서 회사채 잔액은 오히려 줄었다. 단기차입금도 빌린 돈(3조9737억 원)보다 갚은 돈(4조1053억 원)이 더 많았다.

현대제철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현대제철, 네이버페이증권

현대제철 실적 및 주가 추이. /자료=현대제철, 네이버페이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건설 시절 ‘빚 줄이고 곳간 채우기’

이 같은 행보는 김 부사장의 현대건설 시절과 대비된다. 1969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대차 재무 부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2011년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때 현대건설로 옮겨 경영관리실장, 재무관리실장, 재경사업부장을 거쳤다. 2021년 재경본부장(전무)에 올랐고, 같은 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2023년 말 인사를 통해 현대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겼다.

김 부사장이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을 맡은 기간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는 상황도 겹쳤다. 이 시기 현대건설은 빚을 줄이고 현금을 쌓았다. 현대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차입금 총계는 2021년 말 2조1598억 원에서 2022년 말 1조7352억 원으로 약 20% 줄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2조9269억 원에서 3조9739억 원으로 1조 원 넘게 늘었다. 순현금 규모는 약 7671억 원에서 약 2조2387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2022년에는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공모채 시장에 다시 나선 건 약 1년 8개월 만인 2023년 2월이다.

다만 위험이 모두 걷힌 것은 아니었다. 현대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잔액은 2021년 말 1조4661억 원에서 2022년 말 2조799억 원, 2023년 9월 말 2조2617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2022년 9월과 11월, 12월에 새로 실행된 PF 보증도 여럿 확인된다.

당시 PF 보증잔액이 늘면서 관련 우발채무 부담은 남아 있었지만,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성자산을 늘려 유동성 대응 여력을 확보했다.

반대 전략, 같은 원칙…사용처 배분 ‘과제’

위기 땐 빚을 줄여 버티고, 투자 땐 빚을 내 실탄을 쌓는다. 겉으로는 정반대 전략이지만 ‘유동성 공백을 만들지 않는다’는 운용 원칙은 같다는 해석이다.

재무지표는 아직 안정적이다.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3.6%에서 올해 6월 말 75.6%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회사채 신용등급도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에서 AA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늘어난 차입과 현금을 미국 출자와 주주환원에 어떻게 나눠 쓸지, 분배 규모는 과제다. 미국 출자가 이어질수록 곳간의 현금은 빠져나가고, 주주환원을 늘리면 그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욱 어려운 여건에 놓였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 614억 원을 냈다.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734억 원을 거뒀지만 철강 시황 부진으로 순손실 27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배당금 지급액도 68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96억 원)보다 줄었다.

이와 관련해 이예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투자 병행으로 중장기간 대규모 자금소요가 지속될 가운데, 신규 투자계획과 별개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관련 생산 효율성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 중”이며 “대규모 투자 및 배당 지급은 현금 유보여력 및 재무안정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반면, 저수익사업 구조조정 및 자산 매각 등 사업합리화 추진이 자금 순유출 부담을 일정 수준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산업 다른 기사

1 LS일렉트릭, 블룸에너지서 1년 반 새 5억 달러 수주…전력 인프라 확장 LS일렉트릭이 미국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Bloom Energy)가 발주한 데이터센터 전력설비 프로젝트에 1853억 원 규모 배전 설비를 공급한다. 이번 계약으로 LS일렉트릭은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블룸에너지 관련 누적 수주액 5억 달러를 넘어서게 됐다.블룸에너지는 데이터센터처럼 전기를 쓰는 곳 가까이에서 연료전지로 전력을 만들어 공급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생산된 전기를 데이터센터 곳곳으로 나눠 보내는 수배전반과 변압기를 맡는다. 올해에만 뉴멕시코·와이오밍에 이어 펜실베이니아 프로젝트까지 따내며, 블룸에너지의 데이터센터 사업이 커지는 흐름에 올라탄 모양새다.전력망만 기다릴 수 없는 데이터센터…연료전 2 현대제철 김광평, 美 투자에 “내부 재원 활용” 1년 만 차입 조달 ‘결단’ [나는 CFO다] 현대제철 곳간을 책임지는 김광평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재무 운용 방향성이 ‘내부 재원으로 충분하다’던 지난해와 달라졌다. 미국 제철소 투자가 실행 단계에 들어서자 차입을 늘려 투자 실탄을 마련한 것이다.이는 현대건설 재무 책임자 시절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빚을 줄이고 현금을 쌓았던 것과는 반대 행보지만, 들여다보면 ‘돈이 필요한 순간에 유동성 공백을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남은 과제는 늘어난 곳간을 미국 투자와 주주환원에 어떻게 나누느냐다.美 제철소 실행 단계 들어서자 차입 9000억 늘어현대제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9조2619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10조1630억 원으로 9 3 카카오톡에 AI 비서… ‘카나나 스페이스’가 바꾸는 일상 카카오가 카카오톡 기반 AI 에이전트 ‘카나나 스페이스’를 공개했다. 대화와 정보 공유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메신저의 역할을 넘어 이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까지 수행하는 개인화 AI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특히 메시지 전송과 일정 관리부터 향후 상품 주문과 예약, 송금까지 지원하는 AI 비서를 통해 이용자의 일상 전반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신규 AI 에이전트 ‘카나나 스페이스’ 공개카카오는 13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if(kakao)26)’에서 AI 어시스턴트 카나나 스페이스를 공개했다. ‘모든 연결에 지능을’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순대’가 경제용어라고? 순(純)대외자산, 한국의 진짜 해외자산은 얼마일까?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