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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KB 이재근이 당긴 ‘70년대생 은행장’ 시계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03 05:00

KB 새 회장 출범이 불러온 금융권 인사태풍 전야
세대교체론에 주목받는 KB 70년대생 부행장·임원
차기 은행장 인사 관건은 나이 아닌 성과와 검증

[김의석의 단상] KB 이재근이 당긴 ‘70년대생 은행장’ 시계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인사철이면 등장하는 단골 문구다. 듣기에는 자연의 순리 같지만 현실의 인사판은 냉정하다. 누군가에게 세대교체는 새로운 기회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리를 내놓으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연말 사장단 인사를 앞둔 금융권의 눈이 KB금융그룹으로 쏠린다.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의 등장이 계열사 CEO 인사의 판까지 바꿀 수 있어서다. 새 회장 체제가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세대교체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 자리에 '70년대생'이 실질적인 후보군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KB국민은행 내부 사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행장급 임원 가운데 70년대생 비중이 40%안팎에 달한다. 더 이상 '젊은 임원'이라는 상징적 수식어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금융과 리스크 관리, 디지털·AI, 경영전략 등 핵심 보직을 거치며 성과를 쌓은 인물이 적지 않다. 차기 은행장 자리에서도 70년대생 발탁론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근 내정자부터 세대교체의 상징이다. 1966년생인 그는 2021년 말 국민은행장에 발탁됐고, 이번 회장 인선에서도 비교적 젊은 리더십을 앞세웠다. 일찍 중책을 맡아 본 수장이다. 다음 세대를 향한 기대가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인사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 첫 단추인 국민은행장 발표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증권·카드·손해보험·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는 12월 둘째 주 전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 CEO 12명 중 10명의 임기가 올해 말 한꺼번에 끝난다. 은행장 인선 결과가 비은행 계열사 사장단 인사의 방향까지 좌우할 공산이 크다.

다만 세대교체를 '몇 년생을 앉히느냐'로만 보면 인사의 알맹이를 놓친다. 은행장과 계열사 대표는 머릿수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은행장은 수백조 원의 자산과 1만 4000여 명의 임직원, 나아가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을 떠안는 자리다. 실적이 부진하면 결과로 답해야 하고, 금융사고가 터지면 조직을 대표해 수습해야 한다. 성장성과 건전성, 내부통제를 동시에 챙겨야 한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맡길 수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붙잡아둘 수도 없다.

▲ ‘70년대생 은행장’의 시계를 당긴 이재근 KB금융 회장 내정자. 차기 인선의 핵심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성과·전문성·책임이다.

▲ ‘70년대생 은행장’의 시계를 당긴 이재근 KB금융 회장 내정자. 차기 인선의 핵심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성과·전문성·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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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사의 출발점인 국민은행장 자리가 특히 그렇다. 1964년생 이환주닫기이환주기사 모아보기 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리딩뱅크를 되찾으며 성과를 냈다. 성과가 입증된 리더를 나이 때문에 내려오게 한다면 세대교체의 명분은 약해진다. 반대로 부행장단에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입증한 70년대생 후보가 있다면, 어리다는 이유로 기회를 미룰 까닭도 없다.

KB에는 이미 검증의 틀이 있다. 계열사 대표와 주요 임원은 연말 평가와 개별 인터뷰를 거쳐 후임 3인 후보를 추천하고, 롱리스트·숏리스트 압축을 통해 후보군을 좁힌다. 상시 승계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사장단 인사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다. 반열에 오르는 인재는 시스템 안에서 꾸준히 검증받는다. 나이가 어리다고 문턱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경영성과 평가는 10월부터 본격화된다. 당기순이익 같은 단일 지표로는 끝나지 않는다. AI 전환(AX) 성과, 핵심 사업 경쟁력, 내부통제, 조직 쇄신 능력까지 종합 검증대에 오른다. 70년대생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출생연도는 이력서에 적힌 숫자일 뿐 성과를 대신하지 못한다. 젊음은 가능성이지 자격이 아니다.

AI와 디지털 혁신이 금융의 판을 바꾸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을 읽어낼 새 리더십이 절실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기술과 트렌드에 밝다는 이유만으로 사장단 반열에 오를 수는 없다. 현장의 흐름을 읽고, 숫자로 성과를 증명하고, 위기에는 조직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어야 한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올해 회장 교체가 확정된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리딩금융을 다투는 KB의 사장단 선택이 연말 금융권 인사의 방향을 가늠할 주요 장면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재근 내정자가 당긴 '70년대생 은행장'의 시계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월 말 은행장 발표부터 12월 둘째 주 계열사 CEO 인선까지 시장의 눈은 '몇 년생인가'에 꽂힐 것이다. 그러나 인사의 무게는 출생연도가 아니라 발탁의 이유에서 드러난다. 성과와 준비된 리더십에 따른 선택인가, 세대교체라는 프레임에 사람을 끼워 맞춘 인사인가. 갈림길은 여기다.

연말 KB의 인사는 한 사람의 자리를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 회장 체제의 색깔과 금융권 인사의 향방을 함께 보여줄 첫 장면이다. 시장이 지켜볼 것은 70년대생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누가 선택됐고, 무엇을 증명했으며, 그 선택으로 KB가 어디로 향하는가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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