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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이나 풀었는데…‘꼼수 주주환원ʼ 욕먹는 웹젠 [저PBR 숨은그림찾기]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31 00:00

업계 최하위 PBR ‘현금부자’
“복귀한 김병권 배만 불렸다”
‘배당 85%’에도 주주들 외면
‘뮤’ 뛰어넘는 신작 선보여야

1000억이나 풀었는데…‘꼼수 주주환원ʼ 욕먹는 웹젠 [저PBR 숨은그림찾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국내 1세대 게임사 웹젠은 대표작 ‘뮤(MU)’ IP(지적재산권)를 앞세워 안정적 현금흐름과 재무 건전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오랫동안 1배 아래에 머물며 저평가 구간에 놓여 있다.

원인은 명확했다. 안정적 캐시카우로 쌓아 올린 유보금에 비해 소액주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주가치 제고에는 소극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뮤 IP마저 노후화한데다 신작 부재 등 본업 성장성까지 의심받으며 투자자들 속을 상하게 했다.

올해 김병관 창업주가 경영 복귀와 함께 약 1000억 원 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업인 게임 개발사로서의 ‘성장 비전’이 입증되는 시점에 재평가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금 부자’의 역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웹젠은 2분기 말 기준 PBR이 0.49배로 국내 게임업종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PBR은 기업 주가가 자산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장부상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웹젠 PBR은 2021년 1.72배를 기록한 이후 2022년 0.79배, 2023년 0.77배, 2024년 0.60배, 2025년 0.55배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불황이 이어지며 게임업계에 대한 잔여 가치 평가가 야박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웹젠 장기 저평가 흐름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우선 웹젠은 신작 부재가 길어지며 실적은 하락 중이지만 재무 상태는 건전한 흐름을 나타냈다. 웹젠은 2021년 매출 2848억 원, 영업이익 103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며 지난해 매출 1744억 원, 영업이익 297억 원으로 각각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773억 원, 11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 26.8% 감소했다.

반면, 재무 체력은 늘어난 모습이다. 웹젠 총자산은 2021년 6153억 원에서 지난해 7681억 원으로 약 1500억 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1.62%에서 12.31%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은 7576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부채비율은 12.93%로 사실상 무차입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웹젠 대표 IP인 뮤 시리즈가 지난 20여 년간 탄탄한 현금 창출력을 발휘해 온 덕분이다. 웹젠은 매년 안정적으로 현금을 쌓아왔으며 시가총액(3382억 원)에 육박하는 3000억 원 이상 풍부한 유동자산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실질적 보유 현금을 의미하는 자본유보금(자본준비금+이익잉여금) 규모도 2021년 3164억 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4635억 원으로 약 15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창업주 1000억 보따리

웹젠도 올해 이 같은 저평가 고리를 끊기 위해 경영 쇄신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김병관 창업주도 정치권 외도를 마치고 올해 경영 전면에 공식 복귀했다.

김병관 창업주는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밸류업 정책을 선언하며 주주가치 극대화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병관 창업주 복귀와 맞물려 웹젠은 역대 최대 규모 주주환원책을 시행했다. 먼저 자본준비금 1000억 원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처리하며 주주환원 실탄을 마련했다. 이어 자사주 전체 주식의 약 10.5%에 해당하는 363만 여주를 전격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과거 15% 수준이던 배당성향을 단숨에 80~8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2025년 순이익 235억 원 중 203억 원을 배당에 투입하는 등 연간 배당금과 자사주 소각 규모를 합쳐 총 1000억 원에 달하는 환원책을 실행에 옮겼다.

실제로 상장 게임사 가운데 배당성향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거나 전체 발행주식의 10% 이상을 소각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한때 시장에서는 웹젠이 ‘저PBR 탈출’ 대표적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수천 억원 실탄을 투입했음에도 웹젠 주가는 여전히 깊은 박스권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1만2990원에 거래를 시작한 웹젠 주가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1월 29일 1만801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에 빠지더니 현재는 연초보다 더 낮은 1만 원 수준에 거래 중이다.

시장 반응이 이토록 미지근한 이유에는 주주환원의 ‘진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대규모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소액주주보다 대주주인 김병관 창업주 지배력 강화 및 사익에 더 크게 기여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최대주주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배당성향이 85%까지 급증하면서 수백억 원 배당금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김병관 창업주와 특수관계인에게 집중적으로 흘러들어갔다.

실제 김병관 창업주는 배당금 재원을 통해 사재 부담 없이 추가 지분을 매입하며 경영권을 한층 더 공고히 다졌다. 김병관 창업주 웹젠 지분율은 경영 복귀 전 약 27% 수준에서 2분기 기준 약 33%로 확대됐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이라는 본질적 과실을 얻지 못한 채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 과정에 회사 현금이 동원됐다는 상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웹젠의 주주환원 경우, 지배구조 개선 없는 단순 배당 확대는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는 전형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뮤 IP 노후화·신작 부재

웹젠 저평가는 주주환원책 신뢰성뿐만 아니라 본업 경쟁력 약화까지 더해지며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특히 캐시카우인 뮤 시리즈 노후화와 신작 부재가 길어지고 있는 전형적 ‘원 IP 리스크’에 빠진 모습이다.

웹젠 전체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뮤 IP는 ‘뮤 오리진’, ‘뮤 아크엔젤’, ‘뮤 모나크’ 등 20년 넘게 다양한 시리즈로 소비된 탓에 시장 유저들 피로도가 한계에 도달했다.

문제는 캐시카우의 꺾인 성장세를 메워줄 신작 개발 현황은 잇따른 난항을 겪고 있다는데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자체 개발 서브컬처 수집형 RPG 기대작 ‘테르비스(TERBIS)’가 개발 중단 및 프로젝트 드롭(Drop) 수순을 밟은 것은 결정타였다.

테르비스는 웹젠이 자체 개발 스튜디오를 통해 서브컬처 장르로의 체질 개선을 노렸던 핵심 카드였으나, 완성도 확보 실패와 시장성 문제로 사업화가 무산되면서 개발비 손실과 함께 차기 라인업 공백을 초래했다.

웹젠은 외부 개발사 지분 투자 및 퍼블리싱으로 눈을 돌렸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언리얼 엔진 5 기반 대형 MMORPG ‘프로젝트 D1’(개발사 파나시아) 등 퍼블리싱 신작들을 하반기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웹젠은 신작 라인업 역시 대부분 2026년 말이나 2027년 이후로 출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당장 뚜렷한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주주가치 제고는 배당 몇 푼을 더 받는 것보다 회사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주가가 본래 자산 가치 이상으로 정상 평가받는 것”이라며 “웹젠이 저PBR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차세대 자체 히트 IP 창출과 체계적 개발 프로세스 확립 등 본연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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