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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도 금융그룹 시대…‘짝’ 못 찾은 빗썸의 선택은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4 16:02

미래에셋은 코빗, 한투는 코인원…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합종연횡’
빗썸·고팍스 등 독립 거래소, 금융사·빅테크·글로벌 사업자와 새 연대 모색할까

코인거래소도 금융그룹 시대…‘짝’ 못 찾은 빗썸의 선택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도 금융그룹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전통 금융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합종연횡이 빨라지면서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직 확실한 전략적 파트너를 찾지 않은 빗썸으로 향한다.

미래에셋그룹이 코빗을 품에 안으며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한국투자증권 계열은 코인원과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일찌감치 두나무의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통 금융회사와 가상자산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거래소는 이제 단순한 코인 매매장이 아니라 미래 금융의 고객 접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업비트·코빗·코인원 등이 각자의 금융 또는 전략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상황에서, 빗썸은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다투는 빗썸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에선 지금의 움직임을 단순한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M&A) 경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빨라지고 법인·기관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면, 거래소의 역할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향후 경쟁은 단순히 개인투자자의 비트코인 매매를 중개하는 데에서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상자산 현물·파생상품은 물론 커스터디, 스테이킹,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원화 스테이블코인까지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으로 경쟁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와 거래소의 결합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 증권사는 오랜 기간 고객 기반과 자산관리(WM), 법인영업, 상품 설계, 투자은행(IB) 역량을 축적해 왔다.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디지털자산 거래 시스템과 지갑, 블록체인 기술, 관련 이용자 기반을 확보해 왔다. 결국 양측의 결합은 ‘주식 따로, 코인 따로’였던 금융투자 시장의 경계를 허물게 된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주식과 채권, ETF는 물론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자산을 관리하는 통합 투자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이런 점에서 미래에셋과 코빗, 한국투자 계열과 코인원의 연결은 향후 디지털 금융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선제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규제 산업으로서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자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빗썸, ‘독립 생존’보다 전략적 파트너 찾을까

이같은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되는 곳은 빗썸이다. 빗썸은 업비트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양분해온 대형 거래소다. 코빗이나 코인원보다 큰 이용자 기반과 거래량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전략적 투자나 제휴가 이뤄질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투자자 중심에서 법인과 기관으로 확대될 경우 빗썸이 보유한 거래 인프라와 고객 기반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관건은 빗썸이 독자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증권사·금융지주·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를 찾을 것인지 여부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빗썸은 매력적 카드다. 자체적으로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보다 이미 상당한 고객 기반과 거래 시스템을 확보한 거래소와 제휴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편이 시장 진입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빗썸 입장에선 전통 금융회사의 자본력과 고객 기반, 금융상품 개발 역량이 향후 제도권 시장 경쟁에서 필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누가 빗썸을 인수하느냐’의 문제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빗썸의 지배구조와 기존 주주 구성, 기업공개(IPO) 등 여러 변수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향후에는 경영권 인수보다 전략적 지분 투자와 사업 제휴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특정 금융회사가 거래소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가상자산 관련 상품과 커스터디, 법인 고객 서비스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만 답 아니야…빅테크·핀테크도 후보

독립 거래소의 선택지가 증권사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화하면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 역시 가상자산 거래소를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거래소의 핵심 기능이 ‘가상자산 매매’였다면 향후에는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의 교환, 디지털지갑, 송금과 결제, 해외 송금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금융의 관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가진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거래소의 지갑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결제·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거래소의 다음 파트너는 증권사나 은행이 아니라 핀테크 또는 빅테크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전통 금융회사 간 결합이 ‘투자 플랫폼’을 만드는 경쟁이라면, 플랫폼 기업과의 결합은 ‘결제와 생활금융’을 선점하는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독립 거래소의 생존법…전략적 제휴냐, 글로벌 연대냐

고팍스의 길은 또 다를 수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회사와의 결합보다 글로벌 유동성과 기술력을 활용하는 전략이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과 결합하지 못한 중소 거래소 역시 반드시 매각만이 답은 아니다.

법인·기관 시장이 열리면 오히려 개인투자자 대상 거래량 경쟁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에 특화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기관·법인 전문 거래, 대량매매(OTC), 커스터디, 스테이킹, RWA, 스테이블코인 유통 등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모든 거래소가 ‘제2의 업비트’가 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일부 거래소는 대형 금융그룹에 편입되는 대신, 다른 거래소는 특정 디지털자산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 플랫폼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누가 누구를 사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금융의 입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의 합종연횡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평가다. 향후 시장 재편의 핵심은 단순히 어느 증권사가 어느 거래소를 인수하느냐에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미래 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느냐다.

주식 거래의 입구가 증권사였다면, 디지털자산 시대에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새로운 금융의 입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회사들은 거래소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와 디지털자산 시장에 접근하려 하고, 거래소들은 금융회사의 자본과 고객 기반, 제도권 신뢰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미래에셋과 코빗, 한국투자 계열과 코인원, 한화투자증권과 두나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단순한 투자 관계를 넘어선다. ‘누가 미래의 디지털 금융 고객을 먼저 확보할 것인가’를 둘러싼 자리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어디일까. 아직 확실한 ‘짝’을 찾지 않은 빗썸은 증권사와 손을 잡을까, 빅테크·핀테크를 선택할까. 혹은 독립 플랫폼으로 남아서 직접 금융사업 영역을 넓혀나갈까.

빗썸의 선택은 결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산업 재편의 다음 방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거래소 간 경쟁은 더 이상 수수료 인하나 거래량 순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코인거래소의 새로운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코인을 상장했느냐’가 아니라, 결국 ‘누구와 연결돼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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