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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아래도 다 들여다본다”…가상자산 거래, ‘은행식 자금관리’로 전환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1 14:54

트래블룰 기준금액 폐지…모든 가상자산 이전거래로 확대
해외거래소·개인지갑도 위험도 따라 차등 관리…고위험 거래는 금지
대주주 심사 강화하고 부채비율 200% 기준…사업자 내부통제도 강화

“100만원 아래도 다 들여다본다”…가상자산 거래, ‘은행식 자금관리’로 전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관리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그동안 100만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됐던 트래블룰이 모든 가상자산 이전거래로 확대되면서 소액을 여러 차례 나눠서 규제를 피하는 이른바 ‘쪼개기 송금’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 개인지갑으로 이동하는 거래도 위험도에 따라 관리된다.

가상자산 거래가 단순히 거래 규모를 기준으로 관리되는 시장에서 벗어나 거래 상대방과 이동 경로, 자금세탁 위험까지 들여다보는 금융권 수준의 관리체계로 이동한다.

11일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공포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서 위임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도와 자금이동 규제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100만원 ‘규제 경계선’ 사라진다…쪼개기 송금 차단

가장 큰 변화는 트래블룰 적용 기준금액이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는 가상자산사업자 간 가상자산을 이전시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서만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 거래에 트래블룰이 적용된다.

이는 100만원 미만으로 거래를 쪼개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정보 누락시 가상자산을 수취한 사업자는 송신 사업자에 정보를 요청하거나 거래 자체를 거절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입장에선 소액거래라도 거래 상대방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거래소 밖으로 이동하는 가상자산도 관리

관리 범위는 거래소 간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나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이전시에도 자금세탁 위험도에 따라 거래가 차등 관리된다.

저위험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는 허용한다. 하지만, 그 외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 개인지갑 거래는 송·수신인이 동일한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한다. 고위험 거래는 금지된다.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 안에서 이동하는 것은 물론 거래소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로까지 자금세탁 위험 관리의 범위에 들어오는 것이다.

특히 개인지갑과 해외거래소를 활용한 자금 이동에 대해 사업자의 관리 책임이 강화되면서 향후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 모니터링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1000만원 이상 거래는 자체 의심거래 관리체계 구축

대규모 자금 이동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거래에 대해서 자체적인 의심거래 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해야 한다. 금액이 커질수록 단순 거래정보 확인을 넘어 자금의 성격과 거래 패턴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내부 관리체계를 갖추라는 취지다.

결국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은행 등 전통 금융회사와 유사한 방향으로 고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누가 거래소를 지배하느냐’까지 심사

가상자산사업자의 진입 요건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신고 심사 대상인 대주주의 범위가 구체화됐다. 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가 심사 대상에 포함되며,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에는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까지 심사를 받는다.

가상자산사업자와 임원·대표자·대주주에 대한 신고 불수리 요건도 구체화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한다. 최근 3년 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신용 질서를 해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임원과 대표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대주주 역시 법인·개인 여부에 따라 부채 비율과 금융 관련 인허가 취소 이력, 임원 자격 요건 등을 심사 받는다. 자금세탁 및 금융 관련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도 결격사유가 된다.

‘거래소도 금융회사처럼’…내부통제·보안 역량 중요해져

사업자의 물적·인적 요건도 강화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전산·보안설비, 이용자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는 가상자산사업자에 요구되는 기준이 단순한 거래 플랫폼 운영 능력에서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와 자금세탁방지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서는 부채비율과 인력·조직, 물적설비, 내부통제체계 등의 요건 적용을 1년간 유예한다.

시장에선 이번 제도 정비를 계기로 가상자산사업자 간에도 자금세탁방지 시스템과 내부통제 역량에 따른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가상자산 시장도 ‘거래량’에서 ‘관리 능력’ 경쟁으로

이번 시행령 개정은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방향이 ‘얼마를 거래하느냐’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느냐’로 전환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래블룰 적용 범위를 모든 거래로 확대하면서 소액거래에도 자금 이동 정보를 확인하도록 한 만큼 거래소의 AML 시스템과 고객 확인 역량이 시장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FIU는 강화된 신고제도에 맞춰 신고사항과 제출서류, 신고기한·절차 등을 담은 신고매뉴얼 개정안을 마련했다. 오는 13일에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가상자산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공개 설명회를 열고 개정 법령과 신고매뉴얼의 주요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다.

신고제와 퇴직자 제재조치 통보 관련 개정 사항은 오는 20일부터 시행된다.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와 해외 가상자산사업자·개인지갑 거래 규제 등 나머지 내용은 시행령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FIU는 “자금세탁방지 및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해 개정 특정금융정보법령에 따라 가상자산신고제를 엄격히 운영하고 가상자산사업자 및 가상자산 이전거래 등에 대한 감독을 철저하게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들어서게 됐다. 소액거래부터 해외거래소·개인지갑 이동까지 추적·관리할 수 있는 AML 인프라와 내부통제 역량이 가상자산사업자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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