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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00원대 고착화 해법은?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0 10:19

펀더멘털 빗겨간 고환율·변동성 우려
하나금융경영硏 "심리 불안이 원인”
‘외환집중제·재정준칙 병행 시급’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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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 선 위로 올라가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하반기 재테크 시장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과 달러 매도 개입 등 전통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환율은 오히려 역주행하는 흐름마저 보인다. 한국경제 펀더멘털과도 어긋난 이 같은 고환율, 고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론 외환집중제 도입하고, 중장기적으론 재정건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상춘 연구자문위원은 최근 파이낸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고환율 상황을 이같이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 위원 분석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과거와 구별되는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절대 수준 자체가 높다는 점.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추정한 원화의 적정 가치는 1330~1350원 선인데 실제 환율은 이보다 200원가량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엔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재정거래 대상 이종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 환율은 고평가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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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변동성 확대다. 원화의 변동성은 한국보다 경제 위상이 낮은 동남아시아 통화들보다도 심한 상태가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통화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며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 위원은 보고서에서 시장 일각에선 원화가 신흥국 통화군에서도 밀려나는 '이류 통화'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국내 경제 여건만을 놓고 보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답답한 부분이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1000억 달러를 넘었다. 외환보유고도 적정 수준을 웃돌고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도 전분기 대비로 1.7%를 기록해 미국(0.5%)의 세 배가 넘는다. 코스피 지수도 치솟아 주식시장상승률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만하다. 미국 정부도 원화가 저평가됐다며 스무딩 오퍼레이션 등을 통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데도 원·달러 환율이 뛰는 것은 결국 시장내 불안심리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지난 4월 이후 달러 예금과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다시 늘었고, 리밸런싱이 끝나면 재유입될 것으로 봤던 외국인 자금 이탈도 줄어들지 않는 게 이를 방증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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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지표상 '오차 및 누락' 항목에서 적자 폭이 불어나는 게 우려를 자아낸다. 이 항목은 수출입 통계로 설명되지 않는 외화 유출입을 나타낸다. 지난 1~4월 적자액이 118억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액과 비교하면 11%에 달했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인 1996년(70억 달러)과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83억 달러) 수준보다도 크다. 더욱이 연간 전체가 아닌 4개월만에 불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일각에선 제2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비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당국이 구두 개입이나 외환보유고를 소모하는 방식을 넘어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달러·엔화 이외의 이종 통화에 대한 직거래 비중을 높이고 원화 실수요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국내로 유입되는 외화를 즉시 원화로 전환하도록 하는 외환집중제나 해외투자 시 달러 가변예치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에 제시한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개념을 원용해 부채의 화폐화를 우려했다. 재정 지배는 통수권자의 재정 운용이 의회나 중앙은행의 견제를 압도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재정 지배 상황에서는 늘어난 국채를 민간이 다 소화하지 못해 중앙은행이 떠안는 '부채의 화폐화' 현상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른바 '재정적자와 포퓰리즘 간 악순환 고리'다.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여건에선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중앙은행이 통수권자의 요구대로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말이 뛰듯 오르는 갤로핑 인플레이션(galloping inflation) 우려를 키운다.

일본 사례도 반면교사다. 3년전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한 뒤 엔저를 저지하려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지만 엔·달러 환율은 147엔대에서 161엔대로 오히려 상승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70%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국가부도 위험을 높여 엔화의 안전통화 기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펀터멘털과 정책 여지를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게 정상적이나 거꾸로 올라가는 것도 일본과 비슷한 여건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기준금리를 올려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 하면 국가부도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 자금이 리벨런싱 이후에도 계속 빠져 나가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국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환율 안정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한상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자문위원은 “현시점에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절실한 것은 재정 지배가 아닌 재정건전화”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이 아니라 공공기관 공무원 수 축소, 각종 위원회 폐지, 경직성 항목을 투자성 항목으로 조정하는 페이고 등으로 재정수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2025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40년 뒤 한국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173%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보고서는 재정적자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민간은 '양입제출'(수입에 맞춰 지출)의 원칙을 따르지만, 재정은 '양출제입'(지출 계획에 맞춰 수입을 정함)의 원칙을 취하는 만큼 건전성 판단 기준이 다르며,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 적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국가채무가 위험 수위를 넘기 전에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국가채무가 일단 위험수위가 넘으면 국가신인도 추락 등의 부작용이 큰 만큼 ‘사후’보다 ‘사전’적인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한 위원은 “금리 변경을 몇 명의 보드 멤버(금융통화위원)의 재량적 판단에 맡겨서는 안된다”며 “목표선을 정해 물가가 그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리고 낮으면 내리는 준칙주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 관리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GDP의 일정 범위 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최상위법 수준에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위반 시에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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