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서 잘렸다"…불장 속 액티브ETF의 역설
최근 1년 수익률 170%를 기록하며 비교지수를 50%포인트 이상 앞선 액티브 ETF가 다음 달 증시에서 사라진다. 성과 부진이 아니라 오히려 비교지수를 지나치게 크게 웃돌아 '상관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TF 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액티브 ETF의 초과수익 추구와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국내 규제 체계의 모순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특히, 국내 증시와 해외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ETF 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액티브 ETF들이 무더기 상장 폐지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손실이 나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비교지수를 압도적으로 이겼는데 퇴출당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 ACE TDF2030액티브, ACE TDF2050액티브 등 4개 액티브 ETF가 오는 7월 7~9일 차례로 상장 폐지된다.
이번 상장 폐지는 ETF 시장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통상 ETF가 상장 폐지되는 이유는 투자자 관심 부족으로 순자산총액(AUM)이 50억원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용 성과가 비교지수를 크게 웃돌면서 상관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상장 폐지 사유가 됐다.
애플ETF 수익률 170%…비교지수 압도
대표 사례는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이다. 이 ETF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70.73%를 기록했다. 비교지수인 '블룸버그 톱30 서플라이체인 플러스 애플 지수' 수익률 116.79%를 무려 53.94%포인트나 웃돌았다. 액티브 ETF 본연의 목적인 '시장 초과수익'을 충실히 달성한 셈이다.해당 ETF의 상관계수는 규정상 기준인 0.7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액티브 운용 과정에서 비교지수와의 괴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 상관계수 0.7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상관계수는 ETF와 비교지수가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초과수익을 적극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교지수와의 움직임 차이가 커지면 상관계수도 하락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을 크게 이긴 것이 상장 폐지 사유가 된 셈이다.
"액티브라면서 액티브하게 운용 못 해"
운용업계에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ETF 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 ETF는 원래 비교지수를 뛰어넘기 위해 존재하는 상품이다" 며 "상관계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익률을 일부러 희생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모순이다"고 꼬집었다.또 다른 관계자는 "상승장에선 물론 하락장에서도 적극적인 종목 교체와 현금 비중 조절이 액티브 운용의 핵심인데, 국내 규제에선 사실상 지수 추종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며 "투자자는 알파(초과수익)를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규제가 알파 창출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선 상관계수 기준 때문에 우수한 성과를 낸 ETF가 오히려 위험해지는 '역인센티브'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거래소 "수익률 제한 아니라 투자자 보호"
반면 한국거래소는 해당 규정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액티브 ETF 역시 상장 당시 특정 비교지수와 운용전략을 제시하고 투자자를 모집한 만큼, 지나치게 다른 방향으로 운용될 경우 상품 설명과 실제 운용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거래소 관계자는 "상관계수 요건은 수익률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ETF가 투자설명서상 정체성을 유지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기준이다" 며 "투자자가 예상하지 못한 위험 노출을 막기 위한 제도다"고 설명했다.
불장에 드러난 제도 논쟁
ETF 시장이 25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액티브 ETF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이번 사례는 단순한 상장 폐지를 넘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시장에선 "액티브 ETF가 지수를 크게 이기면 퇴출되고, 지수를 따라가면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글로벌 ETF 시장에선 액티브 ETF의 핵심 경쟁력이 초과수익 창출에 있는 만큼, 국내 규제가 액티브 운용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불장에선 더 벌 수 있는데 일부러 속도를 줄여야 하고, 하락장에선 위험자산을 줄이고 싶어도 지수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며 "이번 상장 폐지는 액티브 ETF 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주요 ETF 시장에서는 액티브 ETF의 운용 자율성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반면 국내는 상관계수 0.7 이상 유지 의무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ETF 시장 규모가 250조원을 넘어선 만큼 액티브 ETF의 정체성과 투자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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