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 시장 경쟁의 무게 중심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단순 거래 수수료 인하나 계좌 유치 경쟁을 넘어, 고객의 시간(체류)과 자금(잔고)을 동시에 붙잡는 구조를 모색한다. 즉 플랫폼 내부에 금융 흐름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이를 기존 리테일 경쟁을 넘어선 “금융생활 플랫폼 전쟁”으로 규정한다. 핵심은 더 이상 ‘거래 고객’이 아닌 금융 흐름 전체를 플랫폼 안에 유지하는 ‘금융 생활 단위 고객’이다.
“거래 고객”에서 “금융 생활 고객”으로…경쟁 기준 변화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증권사 경쟁은 거래 규모와 수수료 확보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쟁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저금리 종료, 해외주식 거래 둔화, 수익성 압박이 겹치면서 기존 브로커리지 모델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제 핵심 지표는 ‘얼마나 많이 거래했는가’가 아니라, 고객 자산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넓게 플랫폼 안에 머무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월급 → 투자 → 연금 → 소비 → 재투자로 이어지는 금융 흐름 전체를 플랫폼 내부에 유지하는 구조가 경쟁의 중심이 됐다.
현재까지는 연금 자산과 글로벌 자산 연결 측면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증권이 WM 기반 체류 전략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 경쟁의 핵심축은 ▲장기 자금(연금) ▲외부 유입(해외주식) ▲체류 시간(MTS) ▲데이터 기반(AI) 네 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축은 장기자금 즉 ‘연금’이다. 해외주식과 MTS가 유입과 체류를 담당한다면, 연금은 자금을 플랫폼에 고정시키는 구조적 락인 장치다.
미래에셋·KB·NH, “ISA·연금 중심 락인 구조 강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연금계좌 중심 전략이다.미래에셋증권은 연금 자산 확대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았다. 퇴직연금, IRP, 연금저축을 통합 관리하며 장기 자금을 플랫폼 내부에 유지하는 구조를 강화했다.
KB증권은 연금과 WM(자산관리) 중심 구조를 통해 고객 자산의 장기 운용을 유도하고 있다. 모바일 기반 자산 통합 관리 기능을 고도화하며 이탈 가능성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NH투자증권은 ISA와 연금 기반 절세형 상품을 확대하며 초기 유입 이후 장기 체류 구조 설계에 방점을 찍는다.
업계 관계자는 “ISA와 연금은 단순 상품이 아니라 고객 자금 흐름을 장기적으로 묶어두는 구조적 장치”라고 설명한다.
키움·삼성·한국투자, 해외주식으로 외부 자금 유입 경쟁
해외주식 경쟁은 단순 수수료 경쟁이 아니다. 외부 자금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경쟁이다.키움증권은 수수료 인하와 이벤트를 통해 신규 투자자 유입을 확대하고 이후 ETF·신용거래 등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거래 경험을 글로벌 자산관리(WM) 서비스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ETF와 해외주식 라인업을 확대하며 해외 자산 이동을 플랫폼 내부에 유지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해외주식 서비스는 이제 단순 거래 기능이 아닌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진입 게이트’로 기능한다.
MTS 전쟁: “앱이 금융생활의 중심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경쟁은 사실상 슈퍼앱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미래에셋증권 M-STOCK은 자산관리, 연금, 해외주식, 리서치를 통합하고 있다.
KB증권 M-able은 금융상품 추천과 자산관리 기능을 결합해 개인 금융 대시보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eFriend Smart 역시 투자와 자산관리 통합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기능 확장이 아니다. 고객이 금융 활동을 위해 외부 앱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AI 투자 경쟁: “추천에서 실행 보조로”
AI 기반 투자 서비스도 경쟁 축으로 부상중이다.삼성증권은 AI 기반 투자 분석과 포트폴리오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KB증권은 고객 데이터 기반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 데이터를 활용한 AI 리밸런싱 기능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는 단순 추천을 넘어 포트폴리오 조정과 투자 실행 보조 단계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업계에선 이를 ‘완전 자동화’보다는 ‘고도화된 의사결정 보조 단계’로 본다.
결론: “누가 개인 금융의 OS가 될 것인가”
증권사 경쟁은 더 이상 거래 수수료 싸움이 아니다. 수수료 모델이 무너진 이후, 증권사는 ‘거래 회사’에서 ‘플랫폼 회사’로 바뀌고 있다.ISA, 연금, 해외주식, MTS, AI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각사는 개인의 금융 흐름 전체를 플랫폼 안에 유지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승부는 하나로 수렴된다.
연금으로 자금을 묶고, MTS로 체류를 확보하며, AI로 투자 행동까지 유도하는 구조를 완성하는 사업자가 개인 금융 OS를 장악하게 된다. 여기서 OS란 단순한 앱이 아니라, 소득–투자–연금–소비로 이어지는 자산 흐름 전체를 관리하는 금융 인프라를 의미한다.
증권사는 더이상 금융 중개자가 아니라 금융 플랫폼 운영자로 바뀌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KB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금 ‘플랫폼 전쟁 2.0’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경쟁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은 상품을 파느냐’가 아니라, 고객의 시간과 자금을 동시에 플랫폼 내부에 묶어둘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이미 경쟁은 ‘연금–플랫폼 결합 능력’으로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연금으로 자금을 고정하고, MTS로 체류를 확보하며, AI로 투자 행동을 정교하게 통제하는 구조를 얼마나 완성했는지가 승부를 가를 핵심이 된다.
결국, 본질은 단순하다. 고객의 금융 결정을 외부에서 하게 둘 것인가, 아니면 플랫폼 안에서 끝나도록 만들 것인가에 달려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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