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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권력은 플랫폼이 아니라 상품인가”…ETF 시장 권력 구조 다시 보기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15 18:08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투자 결정은 증권사가 아닌 ETF 선택이 좌우”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ETF를 둘러싼 금융투자업계의 ‘플랫폼 전쟁’ 서술에 대해 현업에서는 이와 다른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증권사가 고객 접점을 장악하며 시장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과 달리, 실제 투자 의사결정은 플랫폼보다 ‘상품 선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반론이다.

15일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영향 아래에서 투자 결정을 내린다기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단순한 거래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라며 “증권사가 투자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주요 증권사 간 온라인 매매 수수료와 서비스는 사실상 유사한 수준으로 평준화돼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느냐가 핵심 변수가 아니라, 어떤 ETF를 선택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의사결정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경쟁력보다 ETF 자체가 변수”

기존 분석에서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고객 체류 시간, 자산관리(WM) 기능 등이 증권사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며 시장 주도권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해석이 실제 투자 행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투자 판단의 주체’라기보다 ‘거래 인프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ETF 시장에서는 플랫폼 충성도보다 상품 자체의 구조, 운용 전략, 비용, 추종 지수 등이 더 직접적인 선택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은 특정 증권사 앱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그 플랫폼의 영향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어떤 테마 ETF가 상장됐는지, 수익률 구조가 어떤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TF 시장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ETF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경쟁의 축이 ‘플랫폼’과 ‘상품’ 중 어디에 있는지를 둘러싼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플랫폼 중심론은 증권사가 고객 데이터와 거래 환경을 통제하면서 투자 흐름을 주도한다고 본다. 반면 상품 중심론은 투자자의 선택이 결국 ETF 자체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특히 ETF는 동일 증권사 내에서도 수백 개 상품이 경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선택은 플랫폼 충성도가 아니라 ‘상품 간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사는 길이 아니라 창구”

배 대표의 발언은 기존 ‘플랫폼 권력 이동’ 해석에 대한 구조적 반문으로 읽힌다.

그는 증권사의 역할을 “투자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거래를 수행하는 창구”로 규정했다. 즉, 투자자 행동의 중심은 플랫폼이 아니라 시장에 상장된 상품 자체라는 것이다.

이는 “누가 고객을 오래 붙잡느냐”보다 “어떤 ETF가 선택받느냐”가 시장 경쟁의 본질이라는 관점으로 이어진다.

상품 경쟁의 재부상 가능성

ETF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할수록 다시 상품 경쟁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마 ETF, 액티브 ETF, 퇴직연금 특화 상품 등 세분화가 진행되면서 운용사의 전략 차별성이 성과를 좌우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지수 추종 ETF 중심의 저비용 경쟁이 심화되면서, 플랫폼 영향력보다는 운용 구조와 상품 설계 능력이 장기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결론: 플랫폼 vs 상품, 해석은 아직 진행형

결국 ETF 시장을 둘러싼 권력 구조는 단일 방향으로 수렴됐다고 보기 어렵다.

한쪽에서는 증권사의 플랫폼 지배력을 강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자의 상품 선택 권한을 강조한다. 실제 시장에서는 두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으며, 그 균형점은 여전히 이동 중이다.

배재규 대표의 지적처럼, 투자자 다수는 플랫폼보다 ETF 자체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환경이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두 변수는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다.

ETF 시장의 권력 구조는 여전히 플랫폼과 상품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수렴되지 않은 채 재편 과정에 있다.

플랫폼은 투자 판단을 직접 바꾸기보다, 어떤 ETF가 먼저 노출되고 선택 가능한지를 좌우하는 ‘환경 변수’로 작동한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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