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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까지 묻던 내부통제 책임…법원 제동에 관행 '흔들'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06 16:39 최종수정 : 2026-04-07 20:58

라임·옵티머스 판결 연쇄…“구체적 관여·과실 입증 필요”
금융위 제재 기준 재정립 불가피…감독체계 전면 재설계 압박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서울행정법원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사모펀드 사태 때마다 CEO까지 겨냥해 온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책임’ 제재 관행이 사법부 판단으로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제재 방식 뿐 아니라 향후 투자자 보호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내부통제 책임이 약화될 경우 금융회사 경영진의 책임 의식이 약화되고, 유사 사태 재발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독 실효성과 책임 원칙 사이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금융위가 문제 삼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관련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징계 취소를 결정했다.

금융위는 앞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표가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TRS 거래 과정에서 내부통제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직무정지 상당의 제재를 통보했다. 하지만 법원은 KB증권이 상품 심의 및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CEO 개인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은 앞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전 NH투자증권 대표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대법원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련, 금융위가 내린 문책경고 처분에 대해 원심의 취소 판결을 확정하며, CEO 개인 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두 사건 모두에서 법원은 내부통제 미비 사실만으로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위해선 구체적 관여나 고의·과실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순히 조직 내 리스크 발생만을 이유로 경영진을 제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의 흐름이 라임자산운용 사태 및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련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 역시 유사한 사안으로 1·2심에서 승소한 상태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는 향후 투자자 보호 체계와 금융회사 리스크 관리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법부의 연속된 판단을 두고 “금융당국의 CEO 제재 관행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통제 책임을 광범위하게 경영진에게만 귀속시키던 구조를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제재 기준이 보다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당국의 제재 논리 자체를 다시 쓰게 만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금융당국의 감독 방식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단순한 내부통제 미비를 넘어, CEO의 직접적 관여 여부와 책임 범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만큼, 제재 중심이 개인에서 조직·시스템 전반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은 ‘결과 책임’ 중심의 포괄 규제에서 벗어나, 행위와 책임을 정밀하게 특정하는 방식으로 감독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분기점에 들어섰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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