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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하우스의 이지스 인수, 한국 대체투자 지형을 흔들다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2-10 11:51

‘차이나 머니’ 논란 넘어… 시장 체질 바꾸는 글로벌 자본의 진입

이지스자산운용의 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Hillhouse Investment)’가 선정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의 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Hillhouse Investment)’가 선정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의 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Hillhouse Investment)’가 선정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차이나 머니’ 논란이 먼저 제기됐지만, 실제 자금 성격과 글로벌 투자 행보를 고려하면 이러한 우려는 과장됐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오히려 이지스 내부에서는 “우려보다 기대가 크다”며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서구 연기금 기반 ‘글로벌 롱머니’… 차이나 머니 프레임 벗어난 힐하우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를 중국계 자본으로 규정하는 일부 시각과 달리, 업계에서는 ‘서구 연기금이 주축인 글로벌 롱머니(Long Money)’ 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힐하우스는 예일대 기금 출자로 탄생했으며, 주요 LP의 93%가 미국·캐나다 등 서구권 연기금이다. 국내에서도 국민연금·교직원공제회가 꾸준히 위탁 운용을 맡겨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구조만 보면 ‘중국계’로 부르기 어렵다”며 “실제로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장기 자금에 가깝다”고 말했다.

2021년 중국 빅테크 규제 이후 창업자 장레이는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했다. 법인 중심 역시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뉴욕으로 이동했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힐하우스를 중국 공산당 자본으로 보는 것은 중국 내부 구조에 대한 오해”라는 반론이 우세하다.

◆ 일본 삼티 사례에서 본 힐하우스의 장기 밸류업 전략

이지스가 힐하우스에 기대를 거는 데는, 최근 힐하우스의 일본 삼티홀딩스(Samty Holdings) 인수 과정이 중요한 참고가 됐기 때문이다.

힐하우스는 삼티를 공개매수(TOB) 방식으로 인수한 뒤 상장 폐지를 추진했다. 이는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5~10년 단위의 장기 구조적 성장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기존 경영진을 전원 유임시키고, 다이와증권 등 기존 주주도 재투자 형태로 참여시키며 안정적 지배구조를 유지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기업 체질 개선과 플랫폼 확장에 방점을 둔 힐하우스 특유의 전략적 오너십 철학을 반영한다.

GLP의 물류·데이터센터 확장, 벨 인터내셔널의 디지털 전환 등 기존 사례 역시 장기적 밸류업 중심의 체질 개선 작업이 특징이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힐하우스의 접근 방식은 이지스가 지향해온 ‘아시아의 블랙스톤’ 모델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 흥국생명 “공정성 훼손됐다”… 법적 공방 예고

반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흥국생명은 매각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흥국생명에 따르면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했음에도, 주간사가 사전 고지 없이 ‘프로그레시브 딜(경매식 호가 방식)’을 적용해 힐하우스가 1조1,000억 원까지 가격을 올리며 역전했다는 것이다. 흥국 측은 “입찰가 유출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거래를 최종 마무리하려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 성격 논란 △SOC 투자 시 보안 문제 △절차 투명성 등 흥국생명이 제기한 사안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 “내부 우려보다 기대 더 커”… 이지스의 현실적 글로벌 파트너 찾기

외부의 논란과 달리, 이지스 내부에서는 힐하우스 인수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지스 내부 관계자는 “힐하우스는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가 신뢰하는 운용사”라며 “중국계로 보기엔 무리가 있고, 장기 성장 중심의 투자자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힐하우스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지스가 국내 1위를 넘어 아시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 현실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 역시 “이번 인수는 외국 자본의 단순 유입이 아니라, 글로벌 롱머니가 한국 대체투자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라고 평가했다.

◆ 힐하우스–이지스, 전략적 궁합 뚜렷… 남은 변수는 심사와 공방

힐하우스가 삼티 인수를 통해 보여준 장기 밸류업 전략, 경영진 존중 방식, 서구 연기금 기반의 안정적 자금력은 이지스가 그려온 글로벌 비전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힐하우스는 이지스가 원하던 가장 논리적인 파트너”라는 평가도 나온다.

남은 과제는 법적 공방과 금융당국 심사다. 이를 무사히 넘긴다면 이번 거래가 한국 대체투자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본격적으로 맞닿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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