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김의석의 단상]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 더는 버틸 여력 없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0-14 05:00 최종수정 : 2025-10-14 14:33

저소득층 대출 급증·연체율 12년 만에 최고
고금리 2금융권 의존도 심화, 부채 질 악화
‘채무탕감’ 지원은 연명… 구조개선이 해법

[김의석의 단상]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 더는 버틸 여력 없다.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올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 1069조6000억원. 1분기보다 2조원 늘어난 수치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숫자를 보는 순간,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점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충격적인 건 그 속을 들여다봤을 때다. 중·고소득 자영업자의 부채는 줄었지만, 저소득층 대출은 3개월 새 3조8000억원 급증했다. 연체율은 2.07%로 12년 만에 최고다. 빌릴수록 갚기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이 빌리고 있다. 이건 숫자 이전에,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는 소리다.

전체 부채 1069조원을 뜯어보면 사업자 대출이 723조원, 가계대출이 346조원이다. 사업만으로는 버틸 수 없어 생활비까지 빚으로 메우는 구조다. 다중채무자는 174만명,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3000만원에 달한다. 더 빌릴 곳도, 더 버틸 여력도 없다.

단순한 경기 회복이나 금리 인하로는 이미 풀 수 없는 단계라고 본다. 구조가 이미 망가졌다. 금리가 내려가도 매출이 늘지 않으면 빚은 줄지 않는다. 소비는 위축되고,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다. 남는 건 '버티라'는 말뿐이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올해 2분기 1,07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상호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올해 2분기 1,07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상호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고금리 2금융권으로 내몰린다. 올 2분기 저축은행 대출이 1조3000억원, 상호금융이 2조5000억원 늘었다.

금리를 보면 참담하다.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평균 금리는 연 4.8%인 반면, 저축은행은 9.2%, 상호금융은 7.5%다. 월 매출 400만원인 자영업자가 연 10% 금리로 5000만원을 빌리면, 이자만 매달 40만원이 넘는다. 임대료와 인건비를 빼면 생활비는 남지 않는다.

이 악순환은 금융권 부실로 직결된다. 저축은행의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3.8%, 상호금융은 2.4%로 은행권(1.2%)의 두세 배다. 2금융권이 흔들리면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지게 돼 있다. 우리는 이 끝이 어디인지 이미 알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저소득층 연체율은 2%를 돌파했다. 금리 부담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저소득층 연체율은 2%를 돌파했다. 금리 부담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자영업자 가구다. 이들이 빚에 눌리면 소비 전체가 무너진다.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상환 부담률은 18.3%로, 전체 평균(12.7%)보다 5.6%포인트 높다. 소득의 5분의 1을 빚 갚는 데 쓴다. 저소득층은 30%를 넘기도 한다. 이래서 소비가 살아날 리 없다.

자영업자의 고객은 또 다른 자영업자와 서민층이다. 소비가 줄면 매출이 줄고, 다시 빚이 늘어난다. 악순환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상가 공실률은 12.8%로 1년 새 1.2%포인트 올랐다. 담보가치가 무너지면 추가 대출도 막힐 수밖에 없다.

더 씁쓸한 건 세대 간 자산 흐름마저 역전됐다는 사실이다. 과거 부모는 자녀의 결혼자금과 교육비를 댔지만, 이제는 오히려 연대보증을 부탁하거나 빚을 넘긴다.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빚의 대물림'이다.

한국은행은 "취약차주의 연체 발생과 장기 연체 지속 비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중심의 부실이 장기화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경고는 이제 낯설지 않다. 문제는 알면서도 정책이 제자리라는 점이다.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만기 연장과 이자 보전이다. 이건 구조적 해법이 아니라 통계 관리에 가깝다. 부실을 줄이는 게 아니라, 연체율만 낮추는 셈이다. 과연 이게 '지원'일까.

자영업 위기의 본질은 과잉 경쟁과 구조 왜곡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다.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시장은 이미 포화인데, 생계형 창업은 계속된다. 조기퇴직 후 갈 곳이 없어 창업하고, 정부는 창업만 지원했지 퇴출은 관리하지 않았다.

▲폐업한 상점의 문에 걸린 ‘CLOSED’ 안내문.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 고금리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한계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폐업한 상점의 문에 걸린 ‘CLOSED’ 안내문.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 고금리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한계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 5년 생존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실패 후 재기 시스템은 없다. 폐업하면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금융 접근이 막힌다. 재도전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빚으로 버티는 구조'를 끝내야 한다. 단기 지원이나 이자 유예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실패 후 재도전이 가능한 시스템이 절실하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만기 연장이나 이자 유예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뿐이다. 실패 후 재도전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자영업자를 위한 '세컨드 찬스 제도'가 절실하다. 일정 기간 성실히 상환하면 신용을 회복시키고 재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로 설계되어야 한다. 실패를 낙인이 아닌 경험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지원 방식도 점포 중심에서 상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상권 공동물류, 마케팅, 협동조합형 플랫폼 등 실질적 생존력을 높이는 투자가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온라인 매출 구조를 바꾸는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기관도 담보 위주 대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영업 대출을 '리스크 관리'가 아닌 '생산적 금융'의 일부로 바라보고, 사업 지속성과 지역경제 기여도를 함께 평가하는 신용평가 체계를 갖춰야 할 시점이다.

정치권 역시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계 자영업자를 시장에만 맡길 수도, 무한정 지원할 수도 없다. 남은 선택은 구조를 바꾸는 일뿐이다.

자영업 부채 1070조원.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수백만 가구의 삶, 그리고 한국 경제의 미래가 그 안에 들어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버티기형 지원'에 머문다면 곧 더 큰 부실이 온다.

자영업의 빚은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구조적 왜곡이 만든 사회적 부채다. 이 부채를 탓할 게 아니라 원인을 줄여야 한다.

구조개선 없는 지원은 연명일 뿐이다. 재도전이 가능한 구조개혁이 진짜 구제다. 이제는 '빚의 시대'를 끝낼 때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오피니언 다른 기사

1 1만 번의 선택에서 생존한 베테랑 펀드매니저의 원칙 "투자를 지배한다는 것은, 시장의 앞날을 맞히는 일이 아니다. 사고, 팔고, 기다리는 순간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하는 지 아는 일이다."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0여 년의 운용 경험을 책으로 풀어냈다.KCGI자산운용은 목 대표가 오는 27일 신간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버틸 것인가(Buy·Sell·Hold)>(서삼독)을 출간한다고 25일 밝혔다.목 대표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을 지낸 1세대 해외펀드 매니저로, 현재 KCGI자산운용 대표로 재직 중이다.그는 실제 투자 현장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를 바탕으로 매수, 매도, 보유 판단 기준을 정리했다. 1만 번의 선택에서 살아남은 기록이 담긴 투 2 정승회 코람코 대표, 리츠 넘어 개발·데이터센터로 확대 경영…‘종합 투자 플랫폼’ 승부 코람코자산신탁이 투자와 개발, 신탁을 아우르는 종합 부동산금융회사로 체질을 바꾸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정승회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가 투자 전문성을 앞세워 리츠 중심의 사업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대형 개발과 기업 부동산 유동화, 데이터센터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작됐다.정 대표는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한 뒤 2015년 코람코에 합류했다. 이후 리츠사업본부장과 리츠부문장 등을 거치며 코람코의 리츠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탠 이물이다.최근 코람코가 보여주는 성장세는 정 대표의 투자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코람코는 ▲리츠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을 통해 약 62 3 국책銀 지방이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 농협 직원들이 모였다. 농협중앙회와 주요 계열사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열린 집회였다. 불과 2주 뒤인 지난 11일에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 도로가 다시 사람들로 찼다.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지방 이전 반대 공동집회를 열었다.두 집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금융공기업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활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다.실제로 지역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ISA 대개편! 나에게 유리한 계좌는?
[그래픽 뉴스] 미국 증시 새로운 키워드 'MANGOS'
환전·로또·육아휴직까지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제도 TOP11
[그래픽 뉴스] 은퇴후 30년 부모님 세대의 생존전략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