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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기를 둘러싼 수수께끼, 2005년 이후 일본 위기의 실체?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김성민 교수(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smkim54@

기사입력 : 2025-06-09 07:00 최종수정 : 2025-06-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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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기를 둘러싼 수수께끼, 2005년 이후 일본 위기의 실체? [김성민의 일본 위기 딥리뷰]
일본 위기의 또 하나의 수수께끼는 금융위기가 2004년말 경에 끝났다면 그 이후도 위기가 계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첫 번째 의문점은 2005년 이후에도 위기가 계속되었다면 그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들은 2004년 말 일본의 금융위기가 공식적으로 종식된 이후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등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에 위기의 성격이 바뀌었을 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 그래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버블 붕괴 후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디플레이션이 시작한 1998년부터 아베 총리가 소위 ‘아베노믹스(Abenomics)’를 시행한 2013년까지는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이 0.5%로 낮아졌다.

물론 2013년부터 2020년 코로나-19 창궐 이전까지는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이 0.9%로 높아졌지만 경제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료: 노무라 연구소

자료: 노무라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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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0년대 이후의 일본의 경기순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속적인 장기불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일본 경제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73개월간 지속된 ‘이자나미 붐(boom)’이라고 지칭되는 전후 가장 길었던 경기 확장기와 아베 총리 취임 후 2012년 1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71개월 지속된 경기 확장기도 있었다.

이자나미 경기 확장기 중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1.6%이었으며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기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약 1.2%이었다. 물론 2008년과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19 창궐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기후퇴를 겪기도 했다.

시라카와 전 일본은행 총재는 1990년대에도 경제 성장이 전반적으로 둔화되었지만 성장률은 소폭의 등락을 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질 GDP 성장률이 1995 회계연도와 1996 회계연도에 각각 2.6%, 3.5%를 높아졌다.

1997 회계연도에는 소비세를 3%에서 5%로 인상했고 199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1998 회계연도 실질 GDP 성장률이 –2.0%로 낮아지기도 했다.

2002년 2월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경기 확장이 2008년 2월까지 계속되면서 2차대전 후 가장 긴 경기 확장기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들어 시라카와는 일본 경제의 불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의 불황을 자산 가격 버블 붕괴로 기업, 가계 등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되면서 발생하는 불황인 대차대조표 불황이라고 주장한 노무라 연구소의 리차드 쿠는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또는 정부지출 축소 등과 같은 섣부른 재정 건전화 정책이 불황을 장기화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종료 이후의 일본 경제의 부진은 장기불황이 아니라 버블 붕괴 이후 금융위기를 겪은 후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경제에 주는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경기 하강이 재발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은 아닌지?

디플레이션 측면을 보면 일본의 디플레이션 발생 시점은 대체로 1990년대 후반인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을 제외한 소비자 물가지수 기준으로 물가 상승률은 1995년경에 마이너스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1998년 이후부터 2013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의 국제 상품 가격 상승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낮은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했다.

2016년과 코로나-19 창궐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도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소폭의 마이너스가 되었지만 연평균 0.5%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2022년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목표치인 2%를 상회하게 되었다.

자료: 일본은행

자료: 일본은행


일본의 디플레이션과 관련해 2가지의 수수께끼가 있다.

첫 번째는 2001년 3월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공식 선언한 이후 디플레이션을 정의하는 데에 있어서 그 이전과는 달리 물가 측면만 강조해온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수수께끼이다.

두 번째는 2001년 3월 일본 정부는 일본 경제가 가벼운 디플레이션 상태에 돌입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수수께끼라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수수께끼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일본의 저성장의 근본원인이라는 주장은 표면적으로 타당성은 있다. 이러한 주장은 물가가 하락하면 미래에도 물가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부추기게 되어 경제주체들이 현재의 지출을 미래로 연기함에 따라 총수요 감소를 통해 경제여건이 악화된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디플레이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광범위하게 하락하고 미래의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함에 따라 지출이 위축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를 경제용어로는 디플레이션 소용돌이(deflationary spiral)라고 한다. 이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진단은 물가 측면과 아울러 경제의 상태를 반드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라카와는 디플레이션과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디플레이션 소용돌이의 발생 조짐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 소용돌이의 발생 조짐을 판단하는 데는 (1) 물가가 미래에 더욱 하락한다는 기대심리가 형성되고 있거나 (2) 물가의 하락이 금융불안을 통해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디플레이션에 대한 정의는 물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고 일본 정부도 이러한 정의에 동의해 왔으나 2001년 3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다고 선언한 후 일본 정부의 디플레이션에 대한 정의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시라카와는 정부의 디플레이션 선언 당시에 디플레이션을 경제 상태와 무관하게 물가의 하락만 고려한 것이 그 후의 경제정책에 관한 논의에서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물가 측면만 고려한 디플레이션으로 정의를 바꾸고 디플레이션 문제를 일본경제의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선언한 이후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일반 국민들에게 1930년대 대공황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디플레이션을 피해야 한다는 인상을 각인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디플레이션 선언이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전적으로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어 인구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요인들을 무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통화공급 증대만이 장기불황의 근본원인이 되는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일반 국민들에게 심어줬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라카와는 정부는 저성장·저물가 경제의 근본 원인으로 물가 측면만을 강조하여 디플레이션으로 지목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성장 잠재력의 현저한 둔화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디플레이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 부족과 노동력의 초과 공급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디플레이션이 저성장의 원인이라고 처방한다면 디플레이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리차드 쿠의 주장대로 자산 가격이 폭락해 빚만 남은 개인이나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가 과도한 채무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출 억제를 통해 채무를 적극적으로 상환하는 과정이라면 일본은행이 아무리 통화 공급을 늘리고 금리를 인하해도 차입 증가를 통한 지출 증대 효과는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 측면만 고려한 디플레이션을 강조한 일본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정책적 판단 오류가 저성장을 장기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디플레이션과 관련한 두 번째 수수께끼는 일본 정부가 2024년 3월과 2025년 3월 두 번에 걸쳐 디플레이션의 종식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되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정책위원회에서 2016년부터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마감해 사실상 디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시라카와는 2000년대 초부터 장기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에 대한 논쟁이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점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대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디플레이션이 저성장의 원인이라고 잘못 판단해 시간을 낭비하게 되면서 일본 경제의 입장에서는 가장 불행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와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아직까지 디플레이션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김성민 교수(전.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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