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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폭탄’ 셀트리온 서정진, 자사주·합병·무상증자 ‘묘수찾기’ [슬기로운 승계플랜 (6)]

김나영 기자

steami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6-02 00:00 최종수정 : 2025-06-04 17:18

지분가치 감안 상속세 6조~7조 추산
‘조용하지만 확실한’ 승계 플랜 골몰

‘상속세 폭탄’ 셀트리온 서정진, 자사주·합병·무상증자 ‘묘수찾기’ [슬기로운 승계플랜 (6)]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나영 기자] “제가 죽으면 회사의 절반은 국가가 가져가고, 절반은 2세들에게 갈겁니다.”

서정진닫기서정진기사 모아보기 셀트리온 회장이 승계 플랜을 새로 짜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달 15일 열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상속 계획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한때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하며 2세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 모습이다.

승계가 쉬운 일은 아니다. 서 회장이 감당해야 할 상속·증여세율이 60%에 달해서다. 서 회장이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 가치는 11조 원을 웃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6조~7조 원 규모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회사의 절반은 국가 소유가 될 거란 표현도 상속세 부담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지분을 지키면서 세금도 줄이고, 주가도 올리는 서 회장의 ‘슬기로운 승계 플랜’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지금 자사주 소각, 계열사 합병, 무상증자까지 총동원하며 정교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플랜1. 자사주 소각, ‘주주친화’이자 ‘승계친화’

‘상속세 폭탄’ 셀트리온 서정진, 자사주·합병·무상증자 ‘묘수찾기’ [슬기로운 승계플랜 (6)]
서 회장의 주 승계 전략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고, 대주주 지분율은 자동으로 상승한다. 세금 없이 지배력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실제 셀트리온은 최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수차례 반복해왔다. 매입은 지난달 20일 기준 여섯 차례로, 그 규모가 5500억 원에 달한다. 이미 소각을 완료했거나 결정한 자사주는 9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작년 총 소각 주식 규모(7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서 회장과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가 각각 셀트리온 주식을 500억 원, 1000억 원, 500억 원 취득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셀트리온이 보유한 총 자사주는 지난달 26일 기준 1048만7157주(4.7%)에 이른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표면적으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론 상속세 부담을 고려한 승계 플랜의 핵심 수단이다. 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은 투자자들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상속 방법”이라며 “어차피 내야 하는 상속세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오너 2세들이 경영하게 하는 법은 자사주를 매입, 소각해 제 지분율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플랜2. 지배력 직선화 핵심, ‘3사 합병’

‘상속세 폭탄’ 셀트리온 서정진, 자사주·합병·무상증자 ‘묘수찾기’ [슬기로운 승계플랜 (6)]이미지 확대보기
서 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는 법은 하나 더 있다. 지배구조 자체를 단순화하는 방법이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을 과업으로 삼는 이유다. 서 회장은 합병 추진 이유로 ‘바이오 업무 통합 관리‘를 제시했지만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3사 통합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뒤 지주사 경영권을 2세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계자는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다.

서 회장은 이미 2023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에 성공하며 목표의 절반 이상 달성했다. 남은 퍼즐은 셀트리온제약이다. 3사 통합 추진 당시 셀트리온제약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며 주주 반대에 부딪혀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합병 이후엔 지배구조가 ‘서정진 회장→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에서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홀딩스→통합셀트리온’로 바뀐다.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일정 수준 보유하면 그룹 전체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셀트리온홀딩스 최대 주주는 서정진 회장으로, 지난달 29일 기준 98.1%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 22.6%, 셀트리온제약 54.8% 등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셀트리온 개인 지분은 3.9% 규모다.

플랜3. 무증 카드, 유동성·주주 설득 동시 확보

‘상속세 폭탄’ 셀트리온 서정진, 자사주·합병·무상증자 ‘묘수찾기’ [슬기로운 승계플랜 (6)]
셀트리온은 지난달 26일 13년 만에 무상증자를 단행했다. 규모는 847만7626주, 비율은 1주당 0.04주다.

셀트리온 주주는 이번 무상증자로 약 4% 주식배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무상증자 비율이 앞서 소각한 자사주 규모를 감안해 산정됐다는 사실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주당 가치를 높이고, 무상증자로 유통주식수를 늘려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는 이중 전략을 쓴 셈이다.

이는 곧 ‘주가 부양→주주 설득→합병 성사→지배력 정리’라는 승계 플랜을 뒷받침하는 핵심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지분은 그대로, 자금은 풍부하게, 명분은 확실하게’ 승계가 가능한 밑그림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무상증자는 기업 가치와 미래 성장성에 대한 셀트리온의 자신감 및 최근 저평가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공매도 재개 이후 관세 이슈 등 외부 수급 요인에 따라 셀트리온의 기업 가치와는 무관하게 내재 가치 이하로 평가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신뢰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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