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회사채 시장은 순항중이다. 미국 중심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의 전반적 하락으로 회사채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회사채 시장은 크게 공모와 사모로 나뉘며 공모 회사채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발행사들은 매년 주기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므로 주관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공모채 시장은 일종의 ‘철옹성’으로 불린다. 기업들은 수년에서 수십년 간 거래해온 풀을 유지한다. 신뢰와 트랙레코드가 중요하므로 증권사들이 점유율을 늘리거나 신규로 진출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다. 리서치, 세일즈 등 전사적 역량이 필요해 대형하우스들이 독식하는 시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최근 공모채 시장에선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신한투자증권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모채 시장에서 전통적 강자란 점을 고려시 신한투자증권은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특히, 초대형 하우스 중 하나인 한국투자증권(6430억원)을 넘어섰는데 의의있다. 전통적인 빅3(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구도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신한투자증권이 공모채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2023년이다. 2022년부터 경쟁사 DCM 인력들을 적극 영입하기 시작했고 팀단위로 강화했다.
2023년 당시만 해도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았다. 회사채 주관규모와 유동화자산(ABS) 등을 제외한 주관규모를 비교할 때 그 격차가 큰 탓이었다. 이는 DCM 부문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모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실제, 당시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ABS 등을 제외한 주관실적이 회사채 주관실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질적 성장을 보여준 시기는 2024년이다. DCM에서 회사채 주관 비중이 90%에 달했으며 5위와의 격차는 두 배 이상 벌어졌다.

2023년부터 신한투자증권이 본격적으로 회사채 시장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통 강자들에 비해 약한 네트워크 고리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을 돌린 곳은 중견·중소기업 등 니치마켓이다. 우수한 신용도를 가진 대형 발행사와 비교시고심해야 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면서 대표 주관사 역량을 보여준 것은 물론 트랙레코드도 쌓았다. 뿐만 아니다. 여타 대형 딜(deal)에 인수단으로 참여해 전체 주관실적을 실질적으로 확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LX그룹, HL그룹 계열사의 주관을 맡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23년 이후 양적, 질적 성장도 놀랍지만 지난 4월 공모채 주관 부문 3위를 기록한 점도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일각에선 올해 신한투자증권이 빅4 중에서도 ‘막내’가 아닌 전체 거래규모 기준 3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이 DCM 강화 후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며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과 적합한 시장 공략 등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인 결과”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이 추세라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공모 회사채 부문에서 3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