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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新반도체 패권전쟁’과 삼성전자의 앞날

김재창 기자

kidongod7@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4-05 00:00

TSMC 추격 벅찬데 인텔 도전까지 ‘험난’ ‘
국가전략산업’ 반도체에 정부 지원 절실

▲사진: 김재창 산업부장

▲사진: 김재창 산업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재창 기자]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얼마전 고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삼성그룹 창업주와 관련된 일화를 공개하며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됐다.

3월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과 미래’ 세미나 자리였는데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진 대표는 “그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얘기”라며 이병철 창업주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전했다.

진 대표는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과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삼성전장서 세계 최초 16메가 D램 개발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잠시 그의 회고를 들어보자.

1987년 9월25일 당시 폐암 투병 중이던 이병철 창업주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당시 이윤우 공장장(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대제 연구팀장을 불러 호통을 쳤는데 이병철 창업주의 손에는 ‘한국 반도체는 일본을 베낀 것’이라는 제목의 신문이 쥐어져 있었다.

진 대표는 “창업주께서 ‘얼마나 투자하고 애를 썼는데 남의 것을 베꼈다는 소리를 듣느냐’며 단단히 화를 내셨다”며 “계단 3개를 못 올라서 부축해도 넘어지는 와병 중에 공장을 방문하셨던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한동안 화를 내다가 “영국이 증기기관을 만들어서 400년 동안 세계를 제패했는데 나도 그런 생각으로 반도체에 투자한 것이니 앞으로 자네들이 열심히 잘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이틀 뒤 응급실에 실려가 두달 뒤 별세했다.

진 대표는 삼성전자가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서기까지 이병철 창업주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이 대목에서 진 대표는 목이 멘 듯 잠시 울먹였다)

현재 자타공인 ‘메모리 반도체 세계1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반도체 산업 위기’라는 다소 생경한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 것이나, 이 자리에서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이병철 창업주의 알려지지 않았던 생전 마지막 모습이 언급된 것은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최근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 연관이 깊다.

메모리 반도체만 놓고 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은 여전히 ‘넘사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기준 전세계 D램 시장에서 한국은 70% 이상(삼성전자 43.8%, SK하이닉스 28.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절반에 가까운(삼성전자 32.6%, SK하이닉스 11.3%) 점유율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쪽으로 눈을 돌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1위인 대만의 TSMC는 56%의 압도적 시장점유율로 2위 삼성전자(18%)에 멀찌감치 앞서 있다.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1위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여기에 삼성으로선 썩 달갑지 않은 뉴스가 최근 외신을 타고 날아왔다.

전통의 ‘반도체 강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3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주에 반도체 공장 2개를 새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출범하고 신설 공장에서 다른 기업들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이력이 있는데 갈수록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1위를 추격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강력한 경쟁자까지 새로 마주하게 된 셈이다.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뚜렷한 특징이 있는데 각국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업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운드리 1위 TSMC의 경우 대만정부가 밀어주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최근엔 미국도 이런 흐름에 본격 가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500억달러(약 56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초대형 인프라 투자계획을 공개하면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인 만큼 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외국기업에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신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이때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을 컨트롤하고 총지휘해야 할 이재용 부회장의 처지를 생각하면 안쓰러움이 앞선다.

알려진 대로 이 부회장은 올 1월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법정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부회장은 3월 중순 복통을 호소하다 서울구치소 내 의료진으로부터 외부 치료를 권고받았다.

하지만 “특혜를 받기 싫다”며 참다 상태가 심각해진 뒤에야 서울구치소 지정병원인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부회장은 다른 수용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서울구치소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경쟁자인 TSMC나 인텔은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럴리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쾌재를 부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김재창 기자 kidongod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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