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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과 일본의 强對强 대치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7-17 14:46 최종수정 : 2019-07-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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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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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일 관계가 강대강(强對强) 대치로 치달으면서 좀체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다.

경제계에선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한국과 일본 모두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반도체 생산이 한 분기에 10%만 줄어도 국내총생산이 0.2%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조속히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한국경제가 둔화세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도 강하다.

이런 가운데 누구도 향후 이 문제의 파장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지적들도 많다.

한 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규제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오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한 번도 이런 일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서 "8월에 한국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된 뒤 일본이 규제를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여파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 한국정부, 일본에 대한 강력 대응의지

일단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쪽을 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보좌관들 앞에서 일본의 무역제재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대통령은 당시 "일본이 전례없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양국 역사 발전에 역행하는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소재, 장비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결국에는 일본 기업들에게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경고'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번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지만 기업들이 자신감 있게 이 상황을 헤쳐 나가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이번주 보좌관 회의 전 정부는 풍부한 통상교섭 경험을 지닌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에 보내기도 했다.

일본이 4일부터 반도체 3품목에 대한 규제에 돌입한 뒤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가 중요하다는 인식도 강했던 가운데 김 차장을 급파한 것이다.

김 차장은 14일 귀국 브리핑에서 "백악관 인사들, 그리고 상하원들 두루두루 만나서 일본의 우리에 대한 일방적 조치의 부당성을 잘 설명했다"면서 "일본의 이러한 조치가 동북아 안보 협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들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측 인사들은 예외 없이 이러한 우리 입장에 공감했다. 특히 한미일 협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점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글로벌 공급체계에 영향을 미쳐 미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우려했다"면서 "우리 입장에 대해서 잘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자신의 방문에 대해 "당초 생각했던 목표를 추분히 이뤘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그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에선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외교적으로 알맹이 없는 좋은 말만 듣고 온 게 전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 정부 강경 맞대응에 대한 불안..유승민이 올린 '상소문'

일본이 상당기간을 준비해 한국 무역제재에 나선 뒤 정부의 입장은 계속 강해졌다.

특히 일본이 8월에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 제외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양국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젠 반도체 관련 품목만이 아니라 대상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점증한 것이다.

강대강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 예컨대 일본이 조만간 한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정밀기기나 기계업종 쪽에 규제 카드를 빼들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기계, 화학산업 등에 활용되는 탄소섬유나 공작기계 등을 규제하면서 한국의 심기를 한번 더 건드릴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6일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를 거부했다. 답변 시한인 18일 전에 이미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우리 정부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삼권분립이 이뤄져 있어 사법부에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요구는 입법·행정·사법이 독립적인 지위에서 상호 균형과 견제로 움직인다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원칙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지속되면 한국 경제가 치명상을 입게된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제학자 출신의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큰 마음 먹고 '상소문'을 올렸다.

유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과 중국의 경제보복은 그 본질이 다르다. 중국과 싸우면 시장을 잃지만, 일본과 싸우면 생산을 못한다"면서 너무 거칠면 부러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드 배치로 중국은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가했고 그 보복은 3년째 진행형이라면서 일본의 제재엔 다른 성격도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재, 부품, 장비는 한마디로 일본 기술경쟁력의 결정체"라며 "일본, 독일, 미국과 같은 나라는 산업의 뿌리를 장악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그 기술로 이들은 세계를 제패했다"고 적었다.

일본이 우리가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는 산업의 뿌리를 움켜쥐고 있는 이상 강하게만 나가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쪽이 문제가 됐지만 향후 일본이 다양한 소재, 부품, 장비로 우리에게 보복을 가하면 우리는 생산이 중단된다고 우려했다.

유 의원은 "생산을 못하면 우리는 아무 것도 팔 수가 없다.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 수출로 먹고 사는 경제, 자유 무역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봐온 경제가 한국"이라며 "이 체질과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그리고 우리 기술력이 일본을 능가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그 만큼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

그는 "아베의 치졸한 경제보복이 아무리 밉고 화가 나더라도, 대통령은 일본과의 강대강 확전이 우리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IMF 위기 2년 전에 우리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했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냉철하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중국이 사드배치에 대해 경제보복을 했을 때 대통령이 보여준 저자세, '오지랍이 넓다'는 수모를 당하면서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에게 보여준 저자세를 우리 국민은 기억한다"면서 "역사와 주권은 타협할 수 없지만, 경제와 안보를 위해서는 협력해야 할 이웃이 일본"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 강경 일변도인 이유가 무엇인가. 말만 강하면 진정으로 강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 한일 갈등, 외국계 금융사들도 한국경제 비관론 키워

한일 갈등이 확산되면서 외국계 금융사들도 한국경제가 받을 악영향을 주목한다.

일본이 자신들의 상당한 출혈을 각오하고 한국을 몰아붙이는 만큼 대내외 경제 모두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일단 반도체의 경우 국내외 분석가들 다수는 재고가 많기 때문에 단기적인 완충 효과나 수급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한국경제의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BOA메릴린치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 제조업 생산, 투자에 전반적으로 영향이 갈 것"이라며 "특히 2020년 경제성장률에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한일 분쟁은 한국에 지속적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가 리쇼어링 유인이 없는 상태에서 관세가 아닌 공급측 제재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중국 제재와 차이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제적 분업구조를 감안할 때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들도 많다.

JP모간은 "메모리는 글로벌 제조업에서 핵심적 품목"이라며 "한국의 D램시장 점유율을 감안할 때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도 잠재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일 갈등이 오래 지속될 경우 양국 모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진정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골드만삭스는 "양국간 대화 가능성이 있으며, 임시 조치로 공급차질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고 씨티은행은 "올해 말까지 두 나라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 악화된 양국 국민감정..정부 원론적 발언 비판 VS 밀리면 안되는 국면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에선 이를 정상적 조치로 보는 인식이, 한국에서는 비이성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제재 철회를 주장하는 논설을 실으면서 아베 정권의 이번 조치를 비판했던 아사히신문 쪽의 조사에서도 제재 찬성 의견이 많았다.

최근 아사히의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설문에 무려 56%가 '타당하다'고 대답했다.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이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에 나서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내의 이번 조치에 대한 찬성 비율은 상당히 높게 나온 셈이다. 양국 국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일본 여행 안 가기와 같은 맞대응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양국이 해법을 찾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30대 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은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민관 비상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소재, 부품, 장비의 대외의존도를 낮추는 국산화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런 지적은 타당해 보이는 면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재 닥친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한가한 소리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말하는 대책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 데다 과거부터 추진했지만 잘 안 됐던 힘든 과제가 당장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분기이익이 수조원인데, 추가경정예산에 몇 천억 보태려는 모습 등을 보면서 한숨을 쉬는 사람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중국 사드 문제 때도 정부는 무능했다. 정부는 그 때도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했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라며 "위기가 닥쳤을 때 기업가들 불러서 잘 해보자, 열심히 해 보자는 얘기는 사실 하나마나 한 한가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할 일은 외교적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이 문제를 더욱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틀어져버린 지금 시점에서 한국이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일본이 모로쇠로 나오고 있다. 당분간 힘들더라도 한국 입장에선 더 밀어붙여야 한다"면서 "일본이 한국 무시 전략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한국 정부가 합리적으로 대응하려고 했으나 일본이 강하게 나오니 우리도 강하게 나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본이 한국이 제시한 것을 일부러 무시하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계속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밀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시장에선 한일 갈등 악화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좀더 일찍 내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났다.

안 그래도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의 약한고리 타격에 나서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의지가 강화될 수 있는 국면이라고 보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과거 세월호, 메르스 사태 때 경기심리를 이유로 한은이 금리를 내린 바 있다"면서 "지금은 한일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일 갈등으로 경기심리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만큼 한은의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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