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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담금으로 택갈이 된 설탕세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1 00:00

증세 논란 덮으려 이름표 포장
물가 자극하고 서민 부담만 커져

▲ 양현우 생활경제부

▲ 양현우 생활경제부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같은 옷에 상표만 바꿔 달아 눈속임하는 이른바 ‘택갈이’는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같은 본질을 두고 겉 포장만 바꿔치기하는 정책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불거진 ‘설탕세’ 논란이 그렇다. 당초 ‘설탕세’로 불리던 정책에 ‘건강증진부담금’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법적 의미부터 보면 두 개념은 분명 다르다. 세금은 국가가 일반적인 공공의 필요를 충당하기 위해 법률에 따라 국민에게 부과하는 돈이다. 반면 부담금은 특정 사업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거나 훼손의 원인을 제공한 특정 이해관계자, 이른바 ‘원인자’에게 부과하는 돈이다.

같은 돈이라도 이름표를 바꿔 달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세금’이라고 하면 증세 논란이 따라붙지만 ‘부담금’이라고 하면 특정 목적을 위한 비용이라는 명분이 선다. 하지만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부담금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실제 원인자에게 부과되느냐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개정안에는 첨가당 함량이 100mL당 5g 이상 8g 미만인 음료에 L당 250원, 8g 이상인 음료에는 L당 5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를 통해 걷은 재원은 아동건강 사업 등에 활용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대목이 나온다. 설탕을 넣지 않은 ‘제로 음료’도 대체당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L당 최대 50원의 부담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당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여기서 정책적 모순이 발생한다. 설탕 대신 대체당을 사용한 음료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당 섭취 저감이라는 정책 목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다. 단순히 ‘단맛이 나는 음료’라는 이유로 묶는 것이라면, 정작 줄이려는 대상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부과 대상의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개정안에는 가공유와 마시는 발효유 등도 감미음료에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종 법안을 봐야 하겠지만, 딸기·초코·바나나우유와 요구르트류도 부담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유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유당이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추가된 감미료를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렇게 대상이 넓어지면 결국 ‘원인자’라는 개념으로 돌아오게 된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당류 섭취를 줄이겠다는 게 목적이라면 어떤 성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인지, 그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어디까지 같은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부담금 부과 근거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부담금이 실제로 누구의 지갑에서 나오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200mL 가공유를 기준으로 첨가당 함량이 100mL당 5g 이상 8g 미만이면 한 개당 50원, 8g 이상이면 100원의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제조사가 이를 모두 부담할 수도 있지만, 비용 일부가 판매가격에 반영되면 최종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형식상 부담금을 내는 주체와 실제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담금 제도가 ‘원인자 부담’을 전제로 한다면 이 차이 역시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실제 부담의 형평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국조세정책학회와 한국납세자연합회 등에 따르면 330mL당 99원의 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률이 고소득층보다 8.4배 높아질 수 있다. 같은 금액을 부과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상대적인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설탕세’냐 ‘건강증진부담금’이냐는 이름표가 아니다. 누구를 원인자로 볼 것인지, 어떤 제품을 어떤 기준으로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실제 비용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따져야 한다.

건강증진이라는 정책 목적 자체와 별개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왜 이런 방식의 부담금이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름표를 바꾸는 것만으로 정책의 성격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부담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그에 걸맞은 원인자와 부과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오늘따라 달달한 초코우유가 당긴다. 일단 하나 사 먹어야겠다. 조만간 이마저 마음 편히 먹기 힘들어질지 모르니, 아예 두 팩을 집어 들어 미리 쟁여 둘까 싶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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