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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 채무국에 날아드는 中 '일대일로 청구서'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2 10:43

중국식 채무조정에 발목…"갚을 돈이 더 많아져"
韓EDCF 대상국 90% 겹쳐…ODA전략 다시 짜야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중국이 지난 13년간 개발도상국에 뿌린 일대일로(BRI) 차관의 청구서가 채무국에 본격적으로 날아들면서 한국의 해외지원 프로그램에도 전략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간한 '중국의 일대일로 수원국 채무 재조정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4년 기준 BRI 수원국 86개국 가운데 64개국(74%)에서 대중국 원금상환액이 신규 대출 집행액을 초과하는 '순유출'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그동안 돈을 빌려주던 나라에서 거둬가는 나라로 태세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BRI 채무국에 날아드는 中 '일대일로 청구서'

BRI 채무 상환 부담 2.8배 늘어

세계은행 국제채무통계(World Bank IDS)에 따르면 BRI 수원국이 실제로 중국에 갚은 원리금(TDS)은 2015년 71억 달러에서 2024년 200억 달러로 2.8배 가량 불었다. 반면 중국의 신규 대출 집행액은 2018년 271억 6000만 달러로 정점을 찍고 급감해 2024년엔 67억 9000만 달러에 그쳤다. 빌려주는 돈은 줄이고 거둬가는 돈은 늘리는 '가위 벌림'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채무잔액도 여전히 많다. 2024년 BRI 수원국의 대중국 양자 채무잔액(DOD)은 총 1449억 달러에 달한다. 콩고민주공화국(93.5%)·나이지리아(87.2%)·라오스(76.8%)·잠비아(74.1%) 등 국가는 전체 양자 채무의 70% 이상이 중국에 쏠려 있다. 국가별 절대액은 파키스탄이 224억 달러로 가장 많고, 스리랑카(87억 달러)·방글라데시(66억 달러)·에티오피아(60억 달러)가 뒤를 잇는다.

BRI 채무국에 날아드는 中 '일대일로 청구서'

중국식 채무조정…"원금 깎기는 없다"

서방 채권국들이 파리클럽을 통해 저개발국에 원금감면(헤어컷)까지 포함한 채무조정을 해온 것과 달리 중국은 원금 삭감을 피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다른 채무국의 유사한 요구를 미리 차단하고 △중국수출입은행·중국국가개발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 부담을 줄이면서 △지방정부 부채라는 중국 내부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원금을 깍아주지 않는 대신 만기연장·상환유예·재융자·통화전환 같은 '유동성 완화' 수단을 사안별로 골라 쓰는 모양새다.

잠비아의 경우 '다자프레임 편입형' 채무조정을 받았다. 2020년 아프리카 최초로 코로나19 이후 디폴트를 낸 잠비아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은 채무조정에 소극적이었지만 2023년 6월 63억 달러 채무를 3년 유예하고 20년 상환연장에 합의해줬다. 하지만 원금 삭감은 없었다. 이후 중국은 탄자니아-잠비아 철도(TAZARA) 운영권을 30년간 확보하고 차관 대신 '운영권'으로 관여 방식을 바꿨다.

파키스탄은 '반복적인 만기연장형'이다. 224억 달러에 달하는 대중국 채무 중 상당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인프라 차관과 외환보유액 방어용 단기자금이다. 중국은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롤오버·재융자를 반복하면서 디폴트를 막았지만 채무잔액은 줄지 않아 파키스탄의 대중 의존도는 더 굳어졌다.
앙골라의 경우에는 원유를 담보로 상환액을 자동 차감시키는 '자원담보 양자협상형' 채무조정을 하고 있다. 2020~2023년 최소 49억 달러 규모의 상환유예가 이뤄졌고, 2024년에는 에스크로 계좌에 묶인 현금 일부가 해제됐지만 담보 구조는 그대다.

케냐는 '위안화 전환형'으로 분류된다. 표준궤철도(SGR) 건설을 위해 빌린 달러 표시 차관을 지난해 10월 위안화로 바꾸고 만기를 15년으로 재설정했다. 연간 약 2억 1500만 달러의 상환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지만 환위험이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생겼다.

KIEP는 "서방 학계의 '채무함정 외교론'이 말하는 의도적 자산 압류와 달리, 중국은 채무 관계 자체를 유지함으로써 운영권 확보·프로젝트 지속·위안화 결제망 확대 등 다차원적 영향력을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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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DCF 전략 다시 짜야

KIEP 보고서는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공적개발원조(ODA)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EDCF·ODA 대상국 가운데 상당수가 대중국 채무 의존도가 높은 BRI 수원국과 겹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의 2025년 EDCF 지원을 받은 51개국 중 46개국(90.2%)이 BRI MOU 가입국이다. 대중국 채무 성격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의 현지사업 리스크는 변동성이 크다. 예컨대 파키스탄에서 외환위기 속에 중국계 발전소 대금 정산이 최우선시되면서 현지 재정이 고갈돼 대형 인프라사업을 수행하던 한국 기업들이 수천억 원 규모의 기성금 지급 지연과 체불 피해를 입었다. 채권자 서열에서 밀리면서 한국 기업이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세 가지 변수를 깊이 들여다 보고 대응할 것을 제시했다. 우선 사업 진출 대상국의 '전체' 채무가 아닌 '대중국' 채무의 성격과 만기 구조다. 잠비아처럼 다자프레임에 들어간 나라인지, 파키스탄처럼 롤오버가 반복되며 디폴트가 유예되는 곳인지에 따라 협상 지형과 대금 회수 우선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채무 재조정 이후 중국의 관여 방식이 '차관'에서 '운영권 확보'로 옮겨가고 것도 유의해야 한다. 잠비아 TAZARA처럼 신규 인프라 발주가 기존 중국 프로젝트와 연계되거나 중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경우 한국 기업이 신규 수주를 노리기는 쉽지 않다.

케냐식 위안화 전환이 다른 BRI 수원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해당국의 금융·결제 인프라가 위안화 결제망과 밀착되면 한국의 무역결제·금융협력·인프라 수주 전략도 영향을 받는다.

보고서를 집필한 최지원 KIEP 세계지역연구1센터 중국팀 전문연구원은 “개도국 경제협력 전략 수립시 대중국 채무 구조와 중국의 후속 관여 방식을 설계단계부터 주요 변수로 설정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젠 중국이 지난 13년 간 쌓아온 '채권국 지위'는 한국의 개도국 진출 전략에 피해가기 힘든 상수가 된 만큼 진출 대상국 재정 여력만 볼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중국의 행보를 꼼꼼히 따져야 할 때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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